정치

"팬덤 정치 안 하겠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재선출 후 개혁 드라이브 시사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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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노선과 정치 전략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다시 조국 체제를 선택했다. 지지율 하락과 조직 약세라는 부담에도 조국 혁신을 앞세운 노선이 유지되면서, 향후 야권 재편 구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23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2025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당에 따르면 당일 찬반 투표에서 조국 신임 대표는 98.6% 찬성률로 사실상 추대 형식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조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 중심 큰 정치를 내세우며 팬덤 정치와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김대중, 김영삼의 정신을 모두 잇고 조봉암과 노회찬의 정신도 모두 받아 안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인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진보 정치인 조봉암, 노회찬 전 의원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보수·진보를 포괄하는 개혁 노선을 천명한 셈이다.  

 

또 조 대표는 헌법 10조에 규정된 행복 추구 권리를 상기시키며 사회권 강화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민의 기본적 생활 보장과 함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성장은 사회권의 핵심"이라며 "사회권 선진국의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복지 전반에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드러났다.  

 

구체 정책 과제로는 토지공개념 입법화, 보유세 정상화, 강남권 중심 100% 공공임대 주택 공급,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등을 제시했다. 부동산 불평등 해소와 서민·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조세와 공급, 입법 조치를 한 묶음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압박도 병행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약속한 결선투표제 도입, 의원 선거 시 비례성 확대 강화,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때 제시됐던 정치개혁 공약을 상기시키며, 제1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조 대표는 당의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당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거대 양당 독점 체제는 공고하고 혁신당의 조직은 매우 약하다.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런데 지방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어려워도 험난해도 당당하게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집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는 윤석열 정권 시기 역할을 재평가하며 당원 결속을 호소했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시절) 쇄빙선이 돼 정권 심판의 불을 지피고 민주 진보 진영의 압승을 이끌어 국회 제3당을 만들어낸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 뒤 "기어코 윤석열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고 내란을 격퇴한 당원동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스스로를 보수 정권 심판의 선봉으로 규정하며 현 지도부 체제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한 발언이다.  

 

정치 개혁 방향도 거듭 부각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한국 정치가 의지해온 낡은 해도를 찢겠다"며 "오직 국민 뜻을 나침반 삼아 거대 양당이 가지 않은 신항로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개혁, 민생개혁, 경제개혁, 사회개혁, 인권개혁의 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다섯 분야 개혁을 새 지도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광복절에 특별 사면·복권을 받았다. 사면 이후 당내 성 비위 사건이 불거지자 혼란 수습을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해 재차 당을 이끄는 위치에 올랐다.  

 

새 지도부 얼굴도 확정됐다. 2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신장식 의원이 77.8%의 득표율로 1위, 정춘생 의원이 12.1%로 2위에 올라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차기 지도부는 조국 대표와 서왕진 원내대표, 신장식·정춘생 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총 5인 체제로 꾸려진다.  

 

조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당선인들은 당일 첫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정무직 당직자 인선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이해민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김준형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추후 선임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책위와 사무총장 인선을 통해 조 대표 체제의 노선과 조직 운영 방향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 대표는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당 대표 취임 후 첫 일정을 시작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치 지도부가 취임 직후 현충원을 찾는 관례를 따르면서, 국가 정통성과 희생에 기반한 통합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재정비가 향후 선거제 개편 논의와 야권 재편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국회는 차기 회기에서 선거제도와 정치개혁 과제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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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조국#신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