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SP 장기 데이터에 반등 시도…젬백스, 알츠하이머 실패 여파 속 테마 모멘텀 유지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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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백스 주가가 PSP 진행성핵상마비 장기 임상 데이터 공개 이후 신경퇴행성질환 관련 테마 모멘텀이 재부각되며 장중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알츠하이머 글로벌 2상 유효성 미달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철회 여파가 남아 있어, 고위험 바이오 테마주 특유의 변동성이 투자자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임상 성과와 자금조달 구조 확정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변수라고 보고 있다.

 

24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장중 기준 젬백스 주가는 38,550원으로 전일보다 3.91% 상승했다. 시가 38,500원에서 출발해 한때 42,450원까지 급등했다가 31,100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회복하는 등 넓은 가격 레인지를 오가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거래량은 약 115만주, 거래대금은 4,272억 원 수준으로 전일 대비 수급과 거래 에너지가 크게 강화됐다.

젬백스[08227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젬백스[08227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흐름을 보면 조정 강도가 상당했다. 10월 말 4만8,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11월 7일 5만4,900원까지 치솟은 뒤 알츠하이머 2상 유효성 미달 소식 이후 단기간에 3만 원대 후반으로 급락했다. 11월 14일에는 3만5,900원까지 저점을 낮췄고, 21일 종가는 3만7,100원으로 약 한 달 새 20퍼센트대 중반 하락률을 기록했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6월 18일 7만2,700원을 고점으로 중기 하락 추세가 이어지다 3만 원대 중후반에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기술적으로는 전일 종가 기준 5일 이동평균선이 약 3만8,200원, 20일선 4만3,100원, 60일선 4만7,800원 수준이다. 전일까지 주가는 세 이동평균선 모두 아래에 있어 중기 하락 추세가 뚜렷했으나, 24일 장중 반등으로 5일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20일선·60일선과의 괴리가 커 4만 원대 초반 이상에서 거래가 안착하는지가 추세 전환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최근 한 달 주가를 움직인 직접 재료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경증·중등증 알츠하이머 환자 199명을 대상으로 미국·유럽 8개국 35개 기관에서 진행한 GV1001 글로벌 2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ADAS cog11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회사는 위약군 인지 기능 개선 폭이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치매 신약 스토리가 훼손됐다고 보고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할인하는 분위기다.

 

둘째, 연구개발 자금과 채무상환을 위해 추진하던 약 2,486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누적되며 철회된 점이다. 회사는 이후 사모 방식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건과 발행가, 투자자 구성에 따라 주주가치 희석과 할인 부담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공모 유상증자 철회는 단기적으로 오버행 부담을 줄였지만 규제·공시 신뢰도 논란과 함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셋째, PSP 장기 임상과 다발성경화증 등 신경퇴행성질환 파이프라인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점이다. 회사는 PSP 리처드슨 신드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장 임상을 합산한 72주 장기 시험에서 GV1001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p값 0.0001 미만의 통계적 유의성을 제시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PSP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제시되며 GV1001 플랫폼 약물의 가능성이 재부각된 셈이다. 여기에 다발성경화증 동물모델에서 신경 보호 및 회복 기전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실리면서 중추신경계 전반으로의 확장성 기대도 커지고 있다.

 

수급 측면에선 단기 이벤트에 따라 매매가 몰리는 양상이다. 제공된 데이터 기준 최근 1주일간 외국인은 11월 14일 약 10만주 순매도 이후 17·19·20일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21일 다시 2만4,000주대 순매도로 방향을 바꾸며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기관은 14일 1만4,000주 순매수를 시작으로 17일을 제외하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며 저가 구간에서 방어성 수급을 공급한 모습이다. 이 기간 주가는 알츠하이머 임상과 유상증자 철회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고, 외국인 매도 확대 시 하락 압력이 커지고 기관 매수세 유입 시 단기 반등이 강화되는 패턴이 나타났다.

 

동일 업종 내에서는 테마성 바이오 중형주 성격이 두드러진다. 시가총액은 약 1조6,341억 원으로 코스닥 39위 수준이다. 이날 젬백스는 3.91퍼센트 상승하며 동일 업종 평균 2.72퍼센트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의 상승률을 소폭 상회해 단기 탄력이 높은 편이다. 다만 외국인 보유 비중이 6.93퍼센트에 그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 50퍼센트대, 리노공업 30퍼센트대와 비교하면 낮고, 실적 역시 매출 250억 원 안팎, 영업손실 15억 원 수준으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재무와 밸류에이션은 성장 스토리와 재무 체력 부담을 동시에 보여준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758억 원에서 2024년 627억 원으로 줄었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비용 절감에 힘입어 영업손실 축소와 함께 3분기 개별 영업이익 7억 원대로 분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 그럼에도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61.15퍼센트, 순이익률 마이너스 139.12퍼센트, 자기자본이익률 ROE 마이너스 127.3퍼센트 등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깊은 적자 구간이다. 2025년 분기 추정치에서도 확정적인 흑자 전환 시점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도 부담 요인이다. 부채비율은 2022년 12.5퍼센트에서 2024년 419.7퍼센트로 급등했고, 2025년 상반기에도 200~300퍼센트대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당좌비율은 50퍼센트 안팎으로 떨어져 유동성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적자 탓에 주가수익비율 PER는 음수 구간으로 실질적 밸류에이션 지표로 쓰기 어렵고,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3배대 수준으로 동종 평균과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배당은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 포인트는 배당보다 임상 성과와 기술가치에 집중된다.

 

기업 이벤트 관점에서 주가 변동의 첫 번째 축은 알츠하이머 임상이다. 11월 초 5만 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주가는 2상 유효성 미달 발표 직후 3만 원대 후반까지 급락했다. 시장은 알츠하이머 임상 실패를 장기 치매 신약 스토리의 훼손으로 받아들이며 밸류에이션 할인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두 번째 축인 자금조달 구조 변화도 변수다. 공모 유상증자 철회 뒤 사모 조달 계획이 남아 있는 만큼, 발행 조건에 따라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추가로 불거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세 번째 축인 PSP·다발성경화증 등 신경퇴행성질환 파이프라인은 방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 p값 0.0001 미만의 장기 임상 데이터가 제시된 만큼 해당 적응증에서 GV1001의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발성경화증 동물모델 결과도 국제학술지 게재를 통해 외부 검증을 거치며 CNS 전반에 대한 확장 기대를 키웠다. 네 번째 축인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필터 등 비바이오 사업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9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기록하며 현금흐름 방어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여전히 임상 성공 가능성과 자금 지속가능성에 좌우되는 만큼 실적 개선이 밸류에이션의 중심 축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 측면에서는 치매·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시장의 구조적 성장성은 유지되고 있다. 고령화 심화로 알츠하이머·파킨슨·PSP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체치료제와 다중기전 약물 개발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일부 치매 치료제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선 명확한 임상 데이터와 파트너십, 재무 체력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환경은 바이오 섹터 밸류에이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며 임상 실패와 자금조달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다.

 

뉴스·테마 관점에서 젬백스는 바이오 신약, 치매, 신경퇴행성질환 관련주로 분류된다. 하나의 플랫폼 펩타이드인 GV1001로 알츠하이머·PSP·다발성경화증 등 CNS 질환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스토리가 차별 요소다. 최근 한 달간 테마 민감도는 알츠하이머 임상 결과에 가장 크게 반응했고 PSP 장기 데이터와 다발성경화증 논문 게재는 부정적 재료를 완충하는 보조 요인에 그쳤다. 향후 테마 강도는 알츠하이머 3상 진입 여부와 설계 신뢰도 회복, 사모 자금조달 조건의 시장 친화성, 추가 임상 데이터에 대한 외부 검증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동일 업종과 비교하면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최근 분기 기준 영업손실 축소 속도 자체는 빠른 편이어서 실적 개선률만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보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절대적 영업이익 규모, ROE, 배당 트랙 레코드에서는 대형주 및 일부 중견 부품업체에 크게 뒤처져 방어주로서의 매력은 낮다. 전문가들은 젬백스를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는 약점을 가진 대신 임상 성공 시 레버리지 효과가 큰 고위험·고수익 바이오 테마주로 분류하며 성장 옵션이 주가에 프리미엄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망과 관련해 단기 1개월은 가격 레벨보다 이벤트와 수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3만5,000원대가 최근 저점대로 인식돼 해당 구간 지지 여부가 중요하고, 4만 원 초반 회복과 유지에 성공하면 알츠하이머 임상 충격에 따른 급락분을 일부 되돌리는 반등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반대로 3만5,000원선을 다시 밑돌 경우 알츠하이머 3상 준비 지연과 사모 조달 조건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기 6개월로는 알츠하이머 3상 진입과 자금조달 구조 확정, PSP·다발성경화증 등 후속 임상 로드맵 진척에 따라 7만 원대 중기 고점 회복 가능성이 열릴 수 있지만 전제 조건이 많은 만큼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임상 결과와 규제·공시 이슈에 따른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과도하게 확대하기보다는 손익 관리 원칙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상증자 철회 뒤 사모 조달로 방향을 튼 상황에서 향후 발행 조건과 대상자에 따라 추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할 수 있고, 부채비율 상승과 당좌비율 하락 등 재무 레버리지 부담이 커진 만큼 임상 일정 지연 시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향후 젬백스의 주가 흐름은 알츠하이머·PSP 등 핵심 임상 데이터와 자금조달 구조, 글로벌 파트너십 진척 등 실질 지표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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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백스#gv1001#알츠하이머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