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부채 리스크 동시에 관리”…중국, 확장 재정·완화 통화 기조 유지 전망
현지시각 기준 10∼11일, 중국(China)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당정이 내년에도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누적이 동시에 불거진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경기 하방 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구조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중기 전략을 제시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회의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전원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내년도 경제 운영 방향과 정책 수단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는 내년 경제 업무의 중점 임무로 내수 주도의 강대한 국내 시장 건설, 혁신이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 육성, 개혁을 통한 고품질 발전 동력 증강, 대외개방과 다양한 영역의 협력 발전, 도농 융합 및 지역 간 연동 촉진, 탄소중립과 녹색 전환 추진, 민생 개선,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등 중점 영역 리스크 해소 등 8개 과제를 제시했다.

중국 당정은 이 가운데 내수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재확인했다. 보조금 지급 등 소비 활성화를 위한 특별행동을 추진하고,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을 늘리는 계획을 시행해 수요 측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예산 내 투자 규모를 적절히 확대하고, 지방정부 특별채권 사용처를 정교하게 관리하며, 정책성 금융 도구의 역할을 강화해 정부 주도의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공공 부문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성장 동력 전환을 겨냥한 혁신 정책도 강화된다. 회의는 기업을 혁신의 주체로 명시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산업·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적용하는 ‘인공지능 플러스’ 정책을 한층 심화하겠다고 밝히며, 제조업 고도화와 디지털 경제 육성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 당국은 여기 더해 최근 문제로 지적된 지방별 시장 분절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예고했고, 각종 산업에서 벌어지는 내권식 출혈 경쟁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플랫폼 경제와 조세·금융 구조 개편도 과제로 올랐다. 음식 배달, 택배 등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경영자, 노동자가 상생하는 발전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고용 안정과 서비스 산업 질 제고를 동시에 노린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방세 체계 정비와 중소 금융기관의 규모 축소·품질 제고를 추진하고, 자본시장의 투자·융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시장 종합 개혁도 심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금융 시스템 효율을 높이면서도 잠재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중국 경제의 주요 구조적 리스크로 꼽히는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별도 핵심 과제로 다뤄졌다. 회의는 부동산 부문에서 시장 안정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도시별 맞춤형 정책을 통해 신규 공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한편, 주택 공급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잉 공급과 미분양 누적,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지역별 수요 여건을 반영한 차등 대응을 공식화한 셈이다.
지방정부 부채와 관련해 회의는 지방정부융자법인(LGFV)이 쌓아온 부채를 포함한 위험 요인을 적극적이고 질서 있게 줄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각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부채 축소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채무 구조조정과 부채 전환 방식을 최적화해 LGFV의 경영성 채무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LGFV는 그동안 지방정부가 은행 및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플랫폼으로, 이들 채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로 인식돼 왔다. 중국 당국의 이번 언급은 이러한 비공식 부채 위험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중국 지도부는 회의에서 국내외 경제 환경을 복합적 도전으로 진단했다. 중국 당정은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도전이 여전히 적지 않고,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도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 내부적으로는 공급 능력은 충분하지만 수요가 부족한 ‘공강수약’ 구조적 모순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부동산과 지방채를 포함한 중점 영역 리스크가 비교적 많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문제 상당수가 성장과 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며,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호전 흐름을 떠받치는 기본 조건과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중장기 낙관론을 유지했다.
내년도 거시정책 기조와 관련해 회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정 속에서 나아감’을 기본 방향으로 삼되, 여기에 ‘질과 효과의 향상’을 추가해 성장의 양뿐 아니라 질과 효율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해 역주기조절과 과주기조절을 모두 강화하며,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수요 부양 수단을 쓰면서도 산업 구조 개편과 기술 혁신, 녹색 전환 같은 장기 과제를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재정·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완화 기조 유지 방침이 재확인됐다. 회의는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해 경기 회복을 받쳐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 정책과 관련해 필요한 수준의 재정적자와 채무 총규모, 지출 총량을 유지하되 재정 운용의 과학적 관리를 강조했다. 재정 지출 구조를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세수 혜택과 재정 보조금 정책 운용을 규범화하며, 지방 재정의 어려움 해소를 중시해 기초 민생, 임금, 운전자금 보장을 뜻하는 이른바 ‘3보’ 최저선을 지키겠다고 했다.
통화 정책 운용에서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물가의 합리적 회복을 동시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지급준비율 인하, 금리 조정 등 다양한 수단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시장 유동성을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통화정책 전파 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을 중점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내수 확대, 과학기술 혁신, 중소기업 등 중점 분야를 우선 지원하도록 유도해 금융 자원이 실물경제 핵심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제시됐다.
중국 당정은 내수 회복과 혁신 동력 강화, 리스크 통제, 녹색 전환과 민생 안정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이번 정책 방향을 통해, 경기 둔화 국면 속에서도 장기 성장 기반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기조가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부동산과 지방채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가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