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34일 만에 검거"…김건희특검, 도이치 주가조작 주포 이모씨 구속영장 청구
정권 핵심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도피·구속영장·영장 기각을 거치며 정치권의 또 다른 충돌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들여다보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의혹 관계자를 동시에 압박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작전 주포로 알려진 이모씨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중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특검팀의 압수수색 현장에서 도주한 뒤 한 달 넘게 잠적했다가, 전날 충청북도 충주시 국도변 휴게소 인근에서 검거됐다. 특검에 따르면 그는 친형이 마련한 농막에서 지내며 은신하다가, 식음료를 구하기 위해 인근 휴게소를 찾은 과정에서 포착돼 체포됐다.
특검팀은 전날 오후 8시께 검거된 이씨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약 2시간 40분 동안 1차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21일 오전 10시부터 추가 조사를 벌이며 범죄 혐의와 도주 경위, 공범 관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1차 작전 시기인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10월 20일까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관여한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증권사 계좌를 맡아 관리한 인물로 알려졌고, 김 여사에게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를 소개한 당사자로도 거론돼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 출범 이전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은 기존 수사 기록을 재검토한 끝에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최근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수사 34일 만에 검거되면서, 특검 수사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별개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김씨를 오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에 대한 2차 소환은 지난 20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첫 조사다. 특검은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황과 혐의 내용을 보강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모친 최은순씨와 시행사 ESI&D를 차례로 경영하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약 8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작성해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한 혐의로 김씨를 입건했다.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등으로 적시됐다.
또 김씨는 김건희 여사가 인사 청탁 대가로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서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이우환 화백 그림 등 금품을 숨겨 특검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이 행위를 증거인멸 혐의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자신이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당선 축하 카드와 이른바 경찰 인사 문건 등 물증을 없앤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은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는 크지 않다며 20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27일 소환조사에서 김씨의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 아울러 김씨의 배우자도 같은 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정황과 자료 은닉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쟁점이 돼 왔다. 특검 수사가 도피·검거·영장 기각·재소환으로 이어지면서 여야의 공방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 결과가 향후 국정 운영과 정당 지지율, 내년 총선을 둘러싼 정국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주요 관련자 조사와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와 추가 기소 방침을 조만간 정리할 방침이고,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향배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