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의료 공백 심각한 경북에 국립의대 필요"…여야 의원 한목소리, 정부에 설립 촉구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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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역을 둘러싼 갈등과 소멸 위기 지방의 절박함이 국회에서 맞붙었다. 여야 의원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경상북도에 국립·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요구하며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경북 국립·공공의대 설립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경북 지역의 의료 공백과 필수 공공의료 확충 문제를 진단하고, 국립의대 설립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형동·임미애 의원을 비롯해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원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교육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 정태주 국립경북대 총장, 지역 주민 등 430여 명이 참석했다. 여야 핵심 당직자와 교육·의료계 주요 인사가 폭넓게 자리해 정치권 안팎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축사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구체적인 생활 문제로 연결하며 의료 인프라 확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도지사는 수도권의 주거 문제와 지방의 의료 공백을 대비한 뒤 "수도권은 과밀과 집값 문제로 신음하는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의료 공백으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고향에서 정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북 국립의대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규정했다. 이 도지사는 "경북 국립의대 설립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실현돼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 국정과제의 취지에 맞춰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뜻을 모아 경북 국립의대 설립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고 요청한 셈이다.

 

발제에서는 다른 지역 사례와 경북 지역의 구체적 요구가 함께 다뤄졌다. 유천 국립목포대 의대설립추진단 부단장은 전남 국립의대 설립 현황 및 계획을 소개하며 지방 국립의대가 지역 보건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정태주 국립경북대 총장은 경북 국립의대 설립 당위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경북의 의료 자원 부족과 교육·연구 인프라 연계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토론과 질의응답에는 김윤 국회의원, 최현석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장, 김호섭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이국현 안동의료원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 간 의사 편중 문제와 필수 의료 공백 해소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교육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에 대한 제도 설계와, 국립의대 졸업생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경북이 전국 최고 수준의 소멸 위험을 겪고 있는 만큼 의료 인프라 확충이 인구 정착과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 전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 의료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치로 드러난 경북의 의료 현실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경북에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고, 지역인 경주 소재 의대 졸업생의 경북 지역 취업 비율이 3.3%에 그치고 있다. 경상북도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46명으로 전국 최하 수준이며, 필수 의료 분야 전문의 수도 전국 최저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응급의료 취약지역도 15곳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아 필수 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경북은 인구 감소와 의료 공백이 맞물린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의료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정주 여건이 악화되고, 이는 소멸 위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료 인프라 확충이 지역산업 육성, 교육여건 개선과 함께 지방소멸 대응의 3대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 대통령실, 국회,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정책 반영을 요구해 왔다. 또한 의대 신설 타당성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하고, 국회 토론회와 방송 홍보 등 공론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 등 지역 대학,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간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경상북도는 앞으로 내가 사는 곳에서 언제든지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건강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도는 지역에서 교육받고 수련한 의료 인력이 자연스럽게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 의사가 상시 근무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국회에서 경북 국립·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정치권과 정부가 의료 취약지역 해소와 지방소멸 대응을 둘러싸고 어떤 제도적 해법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입법과 예산 논의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관련 법안과 예산 심사 과정에서 경북 국립의대 설립 요구를 둘러싼 논의에 보다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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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국립의대#김형동#임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