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거물 범죄 배후, 자취 감췄다”…천즈 회장 도피설 확산
캄보디아 대규모 온라인 사기와 자금세탁 등 범죄의 배후로 꼽혀온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 최근 행방을 감추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영 양국이 프린스그룹 제재를 공식 발표한 직후인 14일(현지시간)부터 천즈 회장의 종적이 불분명해지면서, 송환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인 캄보디아데일리는 17일 “천즈의 행방이 캄보디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일각에서는 그가 캄보디아 국적을 박탈당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 및 대규모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으며, 회장이 소유한 12만 7,271개(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몰수를 위해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역시 프린스그룹 관련 제재에 동참했다.
중국 역시 같은 혐의로 2020년 특수 수사팀을 발족해, 프린스그룹 하위 조직원과 연루자 수백 명을 다양한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실제로 중국 지방법원에선 도박과 자금세탁죄로 그룹 관련자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천즈 회장은 캄보디아 국적의 중국인으로, 그간 현지 주요 권력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태자단지’(불법 사기·사행성 산업 지역)의 배후로 군림해왔다. 지난해 12월 그는 프린스은행 이사회 의장직에서 갑작스럽게 사임해 이미 주변의 의혹을 샀다.
특히 천즈는 ‘돼지 도살자(Pig Butcher)’란 별명으로, 가짜 채용공고와 감금 등 강압적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로맨스 스캠·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를 통해 거액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압수, 감금, 폭행, 인신매매 등도 다수 보고됐다.
그는 한때 훈센 전 총리의 개인 고문으로 활동하며 부동산·은행·시계제조 등 80여 개 계열사를 거느렸고, 캄보디아 최고 권위의 ‘옥냐’(국가공신) 칭호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미·영·중의 동시 다발적 수사와 조치가 본격화하며 천즈 회장의 거취가 다시금 국제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편, 관련 수사는 현지와 국제 수사기관 협의를 통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