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보고서 내년 전면 의무화”…연구원, 형식적 공시 한계 지적+지표 재정비 주문
내년부터 코스피 전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 공시하게 되면서, 지배구조 공시 지표가 형식 요건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 지배구조 변화를 담아내도록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핵심 지표 준수율이 높아졌지만 정성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는 배경에 주목하며, 공시 제도가 실제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지표 개편과 감독 강화가 국내 자본시장 신뢰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9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전반적인 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는 정성적 지표에서는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한국이 정량 지표 중심 평가인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반면, 정성적 요소 비중이 큰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평가에서는 아시아 12개 주요국 가운데 8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제도는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 핵심 원칙을 얼마나 준수하는지와 미준수 사유를 시장에 알리도록 설계된 제도다. 공시 항목은 주주 권리, 이사회 기능과 역할, 감사제도 관련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항목별로 준수 여부와 함께 미준수 사유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는 2017년 한국거래소가 자율 공시 형태로 도입한 이후 의무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현재는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 공시 대상이며, 제도 확대에 따라 내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제도 도입 이후 전반적인 지표 준수율이 상승한 배경에 대해 절차나 운영 측면에서 기업 부담이 적은 형식적 항목의 준수율이 크게 높아진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이사회 운영 방식 조정 등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항목은 여전히 준수율이 낮아, 형식 요건 충족에 그치는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상장사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채택,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과 관련된 지표의 준수율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핵심 기능과 직접 연결되는 항목에서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임 연구원은 일부 공시 항목의 준수 기준이 불명확해 기업이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거나 간략한 설명만 제시해도 사실상 준수로 인정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실제 지배구조 개선이나 운영 방식 변화가 없어도 공시상으로는 준수로 표기되는 사례가 생겨, 지표 준수와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 사이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공시 항목에 해당하는 핵심 지표와 세부 원칙이 기업 지배구조의 실질 개선 정도와 질적 수준을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한 도입 여부가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과 결과를 보여주는 구체적·결과 중심 지표로 항목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임 연구원은 단순한 준수 여부 표기를 넘어, 기업이 제시하는 준수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미준수 사유도 설득력 있게 기술하게 해야 공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시의 충실도를 점검하는 감독 체계를 강화할 경우 공시 내용의 질을 제고하는 동시에, 공시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지배구조 공시 지표 개편과 감독 강화 논의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과 자본시장 신뢰도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