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대전화 보다가 변침 놓쳤다”…퀸제누비아2호 좌초, 일등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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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를 수사 중인 해양경찰이 사고 당시 조타를 맡았던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를 긴급체포하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승객들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해경은 항해 안전 수칙 위반과 지휘 체계 붕괴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여객선을 좌초시켜 승객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중과실치상)로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조타수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B씨(40대)를 긴급체포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도에서 목포로 향하던 중 사고 해역인 전남 신안 인근 죽도 부근에서 좌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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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보느라 변침(방향 전환) 시점을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지점인 죽도에서 약 1천600m 떨어진 해상에서 선박 방향을 바꿨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무인도를 불과 100m 앞둔 상황에서야 이를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해역은 협수로로 분류되는 위험 구간으로, 자동항법장치가 아닌 수동 운항이 요구되는 구역이다. 그러나 A씨는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운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수동 조타를 통해 세밀한 조종이 필요한 곳”이라며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A씨는 초기 진술에서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이후 이어진 조사에서 “뉴스를 검색하다 조타 시점을 놓쳤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진술 번복 경위와 고의적 허위 진술 여부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

 

해경은 조타실에 함께 있던 외국인 선원 B씨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이다. B씨가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이유와 당시 역할 수행 여부가 쟁점이다. 해경은 통역사를 동반해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B씨가 조타 보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A씨와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두 사람이 어떤 용도로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 항해와 무관한 사용이 반복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또한 두 사람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경은 선장 C씨도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C씨는 근무 시간이 아니었다며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경은 “선박이 협수로 등 위험 구간을 지날 때는 선장이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C씨가 사고 시점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지휘 책임을 다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퀸제누비아2호 승객 전원은 구조됐지만, 일부 승객이 충격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명 피해가 더 커지지 않았음에도, 대형 여객선에서 기초적인 항해 안전 수칙 위반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객선 운항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항해 일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기록, 레이더 자료 등을 확보해 구체적인 항로와 속도, 조타 시점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선사 차원의 관리 책임, 안전 교육 및 근무 규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항해 관련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관리 체계 부실 여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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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제누비아2호#목포해양경찰서#여객선좌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