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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발사체 4차 도전”…누리호 총조립 완료 우주경제 시험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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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번째 발사를 일주일 앞두고 최종 총조립 단계에 들어가며 국산 우주 발사 인프라의 실전 운용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에 오른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리고 국내 발사체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기업들은 총조립 과정 전면 공개를 통해 기술 신뢰성과 발사 준비 상황을 점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를 누리호의 반복 발사 체계와 위성 다중 탑재 운용 능력을 동시에 검증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한 총조립 작업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현장에는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한국우주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발사체 산업 주체들이 모두 참여해 4차 발사체 최종 조립과 점검을 진행 중이다.

공개된 사진에서 누리호는 1단, 2단, 3단 조립을 모두 마쳐 전체 길이 형상을 갖춘 상태로 조립동에서 수평으로 누워 있다. 연구진은 상단부 2단과 3단 접합부를 포함해 구조 연결부, 전기적 인터페이스, 연료 및 가압 계통 연결부 등을 중심으로 최종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점검창을 개방해 내부 배선과 계측 장비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발사 전 단계에서 단계 분리와 추진제 공급, 비행 제어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핵심 과정이다.

 

누리호 4차 발사 목표 시각은 27일 0시 55분으로 잠정 설정됐다. 다만 발사관리위원회가 기상 여건과 기술적 준비 상태, 안전 기준 충족 여부를 종합 검토한 뒤 최종 발사 시각을 확정할 계획이다. 발사체는 발사 이틀 전인 25일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되며, 이후 기립과 구조 고정, 지상 설비와의 전원 및 통신 연결을 거쳐 실제 발사 환경과 동일한 상태로 설치된다. 발사 하루 전인 26일에는 발사관리위원회가 다시 열려 상층 제트기류, 낙뢰 가능성, 해상 안전구역 확보 등 기상과 안전 요소, 발사체와 위성 탑재체의 종합 상태를 점검하고 최종 발사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의 실전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주탑재체로는 정지궤도와 극궤도 중간 수준의 정밀 관측 임무를 목표로 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실릴 예정이며, 부탑재체로는 큐브위성 12기가 동시에 실린다. 큐브위성은 1유닛당 가로 세로 높이 약 10센티미터 크기의 초소형 위성으로, 다수의 연구기관과 대학, 스타트업이 통신, 지구 관측, 우주환경 계측 등 다양한 기술 실증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누리호 상단부에는 이들 위성 제작과 탑재에 참여한 기관들의 로고가 새겨져 국내 우주 생태계가 참여하는 발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여러 기의 소형 위성을 한 번에 올리는 다중 탑재 방식은 상업 발사 시장에서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힌다. 각 위성마다 서로 다른 임무 궤도와 분리 시퀀스를 요구하는 만큼, 발사체 상단부 구조 설계와 궤도 투입 알고리즘이 정교해야 하며, 분리 충격과 회전 제어를 최소화해야 위성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누리호 4차 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은 중대형급 실용 위성과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국산 발사체로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운용 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스페이스X와 유럽 아리안, 일본 H3 등이 이미 소형 위성 다중 발사 수요를 선점하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재사용 발사체, 대량 발사 슬롯 제공, 발사비 절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누리호는 아직 재사용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일회용 발사체지만, 반복 발사를 통해 국내에서 일정한 발사 주기를 확보하고, 공공 임무와 연구용 위성 발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누리호의 성공적인 반복 발사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 재사용 1단 연구, 민간 발사 서비스 기업 육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책 측면에서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반복 발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우주항공청은 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넘어서 발사 서비스 상업화, 우주 교통관리, 우주 안전 규제 등 제도 설계를 병행하고 있어, 누리호 발사 이력은 향후 발사 허가 절차와 민간 기업 참여 범위 설정에도 참고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동시에 발사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해상 및 낙하물 피해, 잔존 로켓의 궤도 상 충돌 위험 등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 확보도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 연구진은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한국의 독자 발사 역량이 기술 실증 단계를 넘어 안정 운용 단계로 접어드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그리고 국내 우주 기업들은 남은 일주일 동안 기체 상태 점검과 탑재체 통합, 발사 절차 리허설을 반복하며 마지막 담금질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예정된 시각에 네번째 비행에 성공해 국내 우주경제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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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