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든 업무가 AI 영향권”…HP, 2028년까지 인력 10% 감축과 비용 절감 추진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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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미국(USA) 정보기술 기업 HP가 2028 회계연도 말까지 전체 인력의 최대 10%를 줄이고 인공지능(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AI 중심 비즈니스 전환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술 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구조조정 압박을 재확인시키며 업계와 노동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HP는 오는 2028 회계연도 말까지 단계적 구조조정을 통해 약 4천명에서 6천명 사이의 직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HP의 직원 수는 약 5만8천명 수준으로, 계획대로 감원이 진행될 경우 전체 인력의 최대 10%가 줄어들 전망이다.

HP, 2028년까지 인력 최대 10% 감축…AI 투자 확대로 연 10억달러 비용 절감 추진
HP, 2028년까지 인력 최대 10% 감축…AI 투자 확대로 연 10억달러 비용 절감 추진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감원 방침을 AI 도입 확대와 연결지었다. 그는 “모든 업무가 AI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제품과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고객 지원과 일부 내부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내부 프로세스에는 AI를 적극 도입해 인력을 줄이되, AI 기술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특정 기술 분야 투자는 오히려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HP는 구조조정과 업무 자동화를 통해 2028 회계연도 말까지 연간 최소 10억달러, 한화 약 1조4천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로레스 CEO는 “우리는 이것이 향후 10∼20년간 회사를 계속 혁신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장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AI 전환을 필수 과제로 제시했다.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품 가격 상승이 겹친 복합적인 비용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WSJ는 HP의 발표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 심화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HP의 개인용 컴퓨터(PC) 사업 부문이 부품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HP는 PC 가격 인상과 더 저렴한 공급업체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부품비와 제조비 상승분을 일부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이번 회계연도 수익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HP의 결정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AI 투자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하며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광범위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USA) 전자상거래·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은 최근 1만4천명을 해고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고, 메타는 조직 재편 과정에서 600명의 일자리를 없애는 인력 조정을 진행했다. IBM은 소프트웨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올 4분기에 추가적인 인력 조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사무·지원·개발 직무 상당수가 자동화 압박을 받는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AI 관련 핵심 인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는 양극화 양상도 뚜렷하다. 주요 외신들은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재편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노동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HP 사례를 포함한 최근의 인력 감축이 단발성 조정이 아니라, AI를 축으로 한 IT 산업 구조 재편의 일부라고 해석한다. PC와 프린터 같은 전통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져온 HP가 AI 중심의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도 유사한 구조조정과 재투자 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기술 산업 지형과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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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엔리케로레스#ai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