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기반 여성 리더 전면에”…삼성바이오, CDMO 경쟁력 키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산업에서 인재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립 이후 최연소 여성 임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생산공정과 신성장 사업을 이끄는 여성 리더를 과감히 발탁해, 글로벌 CDMO 경쟁 심화 국면에서 리더십 구조를 선제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생산 효율화와 첨단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꾀하는 이번 인사가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5일 발표한 2026년 임원 인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성과·역량 중심의 인재 선발 기조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헬스케어 환경에서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더십 구조를 재편하고, 핵심 공정과 신사업 축에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을 전면 배치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창립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 두 명이 동시에 배출됐다는 점이다. 30대인 안소연 상무와 40대인 김희정 부사장이 각각 승진하면서, 두 사람 모두 해당 직급 기준 회사 역사상 최연소 여성 임원 기록을 새로 썼다. 바이오 생산 현장에서 직접 성과를 입증한 여성 리더를 전면에 세운 것은, 대형 설비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제조 산업 이미지를 가진 바이오 CDMO 분야에서 인력·조직 문화 전환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김희정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DS 생산 체계를 고도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S는 항체의약품 원액에 해당하는 약효 성분으로, 대규모 세포배양과 정제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신규 공장 램프업 과정에서 설비 가동률과 품질 기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생산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DS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통상 신규 바이오 공장은 초기 검증과 품질지표 확보에 시간이 소요되는데, 김 부사장은 생산 속도와 규제 수준 품질을 병행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정비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소연 상무는 4공장 안정화와 조기 풀가동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4공장은 현재 글로벌 최대 수준의 단일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로, 수백만 리터 규모의 배양 용량을 바탕으로 대형 제약사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안 상무는 공장 준공 이후 검증, 공정 최적화, 인력 운영 체계 구축을 단계적으로 마무리하고, 생산 일정과 공정 전 과정을 정밀 관리해 조기 완전 가동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매출 확대에도 직접 기여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항체약물접합체 ADC 사업을 이끄는 정형남 부사장도 승진했다. ADC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 등 표적 조직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로, 차세대 항암제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정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ADC 사업을 주도하며 신규 서비스 론칭과 자체 항체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기존 대량 생산 중심 DS·DP(Drug Product) 사업에 더해 ADC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회사의 위탁개발 CDO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도 ADC 생산과 개발 역량을 동시에 갖춘 사업자는 제한적인 만큼, 이번 승진은 차세대 포트폴리오를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적 신호로 읽힌다.
제조 과학과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조직에서도 신규 임원이 다수 발탁됐다. 유동선 상무는 MSAT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해 기술 이전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MSAT는 제조 과학과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사의 공정을 실제 생산시설에 이식하고 최적화하는 기능을 맡는다. 공정변동 최소화와 수율 극대화가 핵심인 만큼, MSAT의 효율성은 CDMO 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유 상무는 공정 검증, 데이터 기반 공정 모니터링 체계 등을 고도화해 기술 이전 리드타임을 줄이고, 고객사별 맞춤형 생산 전략 수립 능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차영필 상무와 황준호 상무는 MES 고도화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산 인프라 혁신을 이끌 인력으로 꼽힌다. MES는 생산실행시스템으로, 설비 가동 정보와 배치 별 생산 이력, 품질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실시간으로 공정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이다. 바이오의약품은 배양 조건, 온도, 시간 등 변수에 민감한 만큼 MES 수준이 생산성과 품질 일관성을 좌우한다. 두 상무는 MES 시스템 구축과 공장 운영 전반의 디지털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다공장·다품목 환경에서의 운영 효율과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초대형 설비와 디지털 생산을 결합한 CDMO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 파트너 선정 기준으로 생산 용량뿐 아니라 공정 안정성, 데이터 추적성, 규제 대응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항체, ADC,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갖춘 업체가 장기 파트너십을 선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성 리더를 포함한 현장형 임원을 전면 배치한 것도 이러한 글로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정비로 해석된다.
회사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와 함께 전사 조직 개편과 후속 보직 인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생산, 개발, 디지털, 신사업 축을 중심으로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고객사의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확장에 맞춰 조직 구성을 세밀하게 조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공장 램프업, ADC 본격화, 디지털 공장 고도화를 동시 추진해 향후 3년 내 글로벌 바이오 생산 허브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실제 수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인재 구조 전환이 장기 성장의 발판이 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