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로 산업 구조 바꾼다…KT, 금융·제조 확산 드라이브
인공지능 전환 AX 전략이 산업별 디지털 전환의 새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 중인 KT가 금융과 제조를 시작으로 현장 밀착형 AX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별 데이터와 규제, 업무 프로세스가 크게 다른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세미나를 단순 기술 소개가 아닌 산업 맞춤형 AI 전환 모델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KT는 11월 한 달 동안 금융, 제조 등 주요 산업 실무진을 초청해 AX 인사이트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주요 B2B 고객사를 대상으로 업종별 요구에 맞춘 AX 전략을 공개하고, 이미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까지 공유하는 실전형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단순 플랫폼 판매가 아니라 고객사의 조직과 프로세스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해 전 산업의 AX 가속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대상 세미나는 지난달 21일 열렸다. KT는 금융사가 공통적으로 겪는 과제로 꼽는 방대한 데이터 관리, 강화되는 보안 요구, 상시 규제 대응, 투자수익률 ROI 검증 부담 등을 짚고, 이를 AI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로 풀어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여러 계열사와 채널에 흩어진 고객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마이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로 연계하고,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에 딥러닝 기반 탐지 모델을 넣어 탐지 정확도를 기존 룰 기반 시스템 대비 높이는 시나리오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제조 산업 세미나에서는 한국어와 국내 제조 데이터에 최적화했다는 KT의 AI 모델 SOTAK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현장 설비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AX 혁신 사례를 결합해, 해외 범용 모델 대비 도입 속도와 현장 적합성을 강화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SOTAK는 공정 로그, 정비 이력, 센서 데이터 등 비정형 데이터를 함께 다루도록 설계돼, 설비 고장 징후 예측이나 품질 편차 원인 분석에 특화된 것으로 소개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제조 공정 자동화 시스템이 사람이 사전에 정의한 규칙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KT는 세미나에서 포스코의 설비 관리를 위한 AI 에이전트 구축 프로젝트를 고객사 기술 검증 PoC 사례로 공유했다. 예지보전 시스템을 도입해 설비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AI 에이전트가 작업자에게 점검 우선순위와 조치 방법을 제안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설비 다운타임을 줄이고, 유지보수 인력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한편, 숙련자의 노하우를 모델에 반영해 인력 세대 교체 리스크를 완화하는 효과를 노린다.
시장 측면에서 금융과 제조는 AI가 직접적인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성과를 내기 쉬운 분야로 꼽힌다. 금융은 초개인화 마케팅과 신용 리스크 관리, 이상거래 탐지 영역에서, 제조는 불량률 감소와 설비 가동률 향상, 에너지 효율 개선에서 ROI가 비교적 명확히 측정되기 때문이다. KT가 AX 인사이트 세미나의 초기 타깃으로 두 산업을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산업 전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신사와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금융, 제조, 리테일, 헬스케어 전용 AI 솔루션 묶음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제조용 디지털 트윈, 금융 리스크 분석 플랫폼과 같은 수직 산업 특화 제품군을 확장 중이다. KT의 AX 전략은 통신 인프라와 네트워크, 국내 산업 데이터 이해도를 기반으로 한 로컬 최적화 모델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AI 확산과 함께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준수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과 보안 규정을 충족해야 하고, 제조 분야 역시 산업용 설비 데이터의 보안, EPC 계약 구조 내 책임 범위 조정 같은 이슈가 뒤따른다. KT는 세미나에서 데이터 거버넌스와 접근 통제, 로그 관리 체계를 강조하며, 산업별 보안 인증과 규제 준수 프레임워크를 AI 프로젝트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접근 방식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내년에도 금융과 제조를 넘어 의료, 교육, 공공 등 AI 혁신 수요가 큰 산업군으로 AX 세미나를 확장할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 영상과 진료 기록을 활용한 진단 보조와 병원 운영 효율화, 교육에서는 학습 데이터 기반 개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 추천, 공공 분야에서는 민원 처리 자동화와 도시 인프라 관리 최적화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각 분야별로 의료법, 교육 관련 법령,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 등 상이한 제도 환경을 고려한 전략 수립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원태 KT 엔터프라이즈 부문 전략고객사업본부장은 산업별 맞춤 AX 혁신 모델을 지속 발굴해 전 산업의 AX 가속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는 KT가 제시한 AX 전략이 단발성 세미나를 넘어 실제 대규모 상용 프로젝트로 이어질지, 그리고 통신 기반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과 어떻게 맞물릴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