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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길 따라”…청주, 역사와 문화가 머무는 산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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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길 따라”…청주, 역사와 문화가 머무는 산책의 도시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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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수도권에 비해 멀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선선한 날씨와 깊은 문화의 품에서 휴식과 영감을 찾는 일상이 돼간다.  

청주의 가을은 밖으로 걷기 좋은 온도에서 시작된다. 29.7도의 선명한 햇빛 아래, 누군가는 상당산성 성곽길을 오르고, 누군가는 수암골의 골목을 걷는다. SNS에는 “청주소풍”, “가을산책” 같은 해시태그가 가득하다.  

실제로 요즘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조선시대의 산성, ‘상당산성’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고요히 걷다보면, 좌우로 펼쳐지는 시내의 전경과 푸른 자연이 자연스레 시야를 채운다. 평일에도 가족·커플·노년층이 오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성벽 위에 앉아 잠시 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새로워진다”며 산책 나온 시민 김주영(36)은 청주의 가을을 이렇게 표현했다.  

언덕배기 수암골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품는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터를 잡은 마을 골목은, 이젠 담벽 하나하나에 색색의 그림이 피어난 곳으로 변했다. “여기선 발길을 멈출 일들이 많아요. 벽화도, 커피 한 잔도, 사람의 표정도 오래 바라보게 된달까.” 수암골 카페 사장 박지현(43)은 “외지 손님들이 ‘여기가 진짜 청주 같다’고 이야기할 때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주를 찾는 방문객 중 30~40대 비율이 20% 넘게 늘었다. 박물관이나 골목 산책 등 ‘천천히 머무는 여행’은 계절에 관계없이 꾸준히 이어진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충북의 역사를 집약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선사시대 유물, 백제 제철로, 서봉총 금관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금관이며, 청주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며 한 전시 안내자는 문화유산의 본질을 “시간을 넘어 우리 안에 남는 울림”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서울 근교에 비해 한적해서 좋아요”, “가을에 가면 사진이 작품이 된다”, “골목길 산책 뒤 맑은 공기까지 선물받은 기분”처럼, 타지역 시민들의 경험담이 쌓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주의 산책길은 단순한 여가가 아닌, 속도와 정보에 지친 이들이 자신만의 페이스로 머무르는 쉼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지역의 과거와 오늘, 자연과 사람 사이를 잇는 산책길에서 작은 발견과 위로를 얻는 시간.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청주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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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상당산성#수암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