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한 내 반드시·포퓰리즘 가려내야"…여야, D-1 예산안 담판 격돌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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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시한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막판 담판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에서 강하게 맞서며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원내 지도부 2+2 회동을 열고 2026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협상에 들어갔다. 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석했다.

협상은 시작부터 거친 신경전으로 달아올랐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회동 개시 약 20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가 50분가량 뒤에 복귀했다. 협상 테이블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가까스로 논의가 재개된 셈이다.

 

문진석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퇴장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으면 협상을 이어갈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여야는 전날 휴일에도 회동을 이어가며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 정책 펀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 주요 항목에서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대폭 삭감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원안을 지켜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인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도 풀리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상 여부와 폭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에도 여야는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기 싸움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이 신속히 통과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법정 시간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민생과 미래를 위한 길에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협조를 촉구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제 필요한 것은 최종 결단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발목 잡기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예산안의 합의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법정 시한 내 처리를 이끌겠다는 메시지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예산 구성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에 경고한다며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예산 1조1천500억원 등 각종 포퓰리즘적 예산을 과감히 줄이라고 촉구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법인세 인상 추진과 관련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까지도 예외 없이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3중고로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세수 확대를 위해 법인세까지 올리겠다는 것은 가렴주구라며 상공인 등에 대한 법인세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2일 밤 12시다. 헌법 제54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오랜 기간 이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문제를 완화하고자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됐지만 도입 원년인 2014년과 2020년 단 두 차례만 시한 내 처리가 이뤄졌다.

 

여야가 핵심 쟁점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만큼, 올해도 시한 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정 시한을 지킬 경우 이재명 정부 첫 예산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되지만, 시한을 넘길 경우 책임 공방과 정치적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이날과 2일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여야가 쟁점 예산과 법인세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예산안 정국의 향배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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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예산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