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내시경 담석 제거…은평성모, 고위험 환자 수술 대안 부상
초음파를 이용한 내시경 기반 담낭 치료 기술이 고령·고위험 담낭 질환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담낭절제술이 표준 치료로 통했지만,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에게는 전신마취와 수술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내시경으로 담낭을 배액하고, 같은 통로를 활용해 담석까지 제거하는 전략이 실제 환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소화기 내시경과 중재적 시술을 결합한 정밀 치료의 흐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내시경 시술이 고위험 환자 담낭염 치료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고성우 교수가 초음파 내시경 담낭배액술 후 담낭 내시경을 이용한 담석 제거 효과를 입증한 연구로 KGFID 학술상 최우수 초록·발표 부문을 수상했다고 19일 밝혔다. 시상은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소화기연관학회 국제학술대회 KDDW 2025에서 진행됐다.

KDDW는 대한소화기학회 등 8개 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소화기 분야 국제학술대회다. 올해 행사에는 42개국에서 소화기 관련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KGFID 학술상은 국내 소화기 분야에서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거둔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고 교수팀의 연구는 초음파 내시경 담낭배액술, EUS GBD로 알려진 시술 후 금속 스텐트를 통로로 활용해 내시경을 담낭 내부까지 직접 진입시키고 담석을 제거하는 접근법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EUS GBD 자체의 담낭 배액 효과는 기존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시술 이후 스텐트를 통해 담낭 내시경을 시행하고 담석 제거까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국내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음파 내시경 담낭배액술은 위나 십이지장에 위치한 초음파 내시경으로 담낭을 직접 확인한 뒤, 내시경을 통해 담낭에 배액용 통로를 만들어 스텐트를 삽입하는 최소침습 시술이다. 피부를 절개해 도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담낭배액술과 달리, 소화관 내부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과 시술 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스텐트를 통해 내시경을 다시 진입시켜 담석까지 제거하면, 배액과 원인 치료를 동시에 구현하는 셈이 된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급성 결석성 담낭염을 진단받은 고위험 환자 43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분석을 진행했다. 대상 환자들은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고령 등으로 인해 전신마취하 담낭절제술이 어렵거나 수술 위험도가 높은 집단으로 분류됐다. 치료 과정에서 EUS GBD로 담낭 배액을 먼저 시행한 뒤, 삽입된 금속 스텐트를 통로로 삼아 담낭 내시경을 통해 담석 제거를 시도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93퍼센트에 해당하는 40명에서 담석이 완전히 제거됐고,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담석 재발은 2점3퍼센트, 1명에서만 관찰됐다. 시술과 연관된 중대한 합병증 발생률도 낮게 유지돼, 전신마취 수술이 부담되는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치료 전략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EUS GBD 후 담낭 내시경 담석 제거를 고위험 급성 담낭염 환자 관리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근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고성우 교수는 고령 인구 증가에伴한 임상 현장의 수요를 강조했다. 그는 고령 환자 증가로 담낭 절제술이 어려운 환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내시경 기반 담낭 배액술과 담석 제거술이 수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유효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은평성모병원 소화기센터는 담도·담낭 질환 내시경 치료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고난도 시술 경험을 보유한 기관으로 꼽힌다. 특히 내시경 초음파와 담도 내시경, 스텐트 삽입술 등 중재적 내시경 기술을 결합해 고위험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수상도 이러한 임상 경험이 축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는 향후 인공지능 영상 분석, 로봇 내시경, 3차원 영상 유도 시스템 등과 결합해 담도·담낭 질환 치료의 정밀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내시경 기반 최소침습 담낭 치료가 고령사회에서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중장기 데이터와 제도적 뒷받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