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구조 놓고 평행선”…은행 vs 자본시장, 국회 법안 논의 촉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정치권과 금융권, 그리고 IT업계 전반에 걸쳐 격렬하게 맞붙었다. 은행 중심 모델과 자본시장 중심 모델 중 어느 쪽에 설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고조되고 있다. 입법을 주도하는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며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금융권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발행 주체로 은행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엄격한 인가 절차를 전제로 비금융 회사의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히며,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대차 행위를 금지하고, 자금 유입이 없는 발행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27일 자체 백서에서 “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은행권 컨소시엄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은행권 진입에 관해서는 “IT기업 등은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혁신과 성장 동력을 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블록체인 투자업계는 자본시장 기반 모델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필수 해법이라고 맞섰다.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의 임민수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의 통화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은행 기반 모델의 구조적 한계는 명확하다”며, 해외 주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와 서클 역시 자본시장 기반 구조를 채택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임 연구원은 “한국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하며, “글로벌 규제 정합성과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성장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용범이 과거 대표를 지낸 곳으로, 김 실장 또한 최근 “금융 혁신과 통화 주권 강화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다양한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국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김현정·안도걸·이강일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 발의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이 정부 및 금융감독당국과의 조율을 거친 신규 법안 발의도 예고됐으며, 이르면 이달 하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집약적 토론이 예상된다.
정치권과 업계의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논란과 정책적 최종 판단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을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