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전통 스튜디오 품나”…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단독 인수협상에 반독점 논란 부상
현지시각 기준 5일, 미국(USA) 미디어 업계에선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워너브러더스)가 영화·TV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 매각을 놓고 단독 인수협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 변화와 함께 반독점 규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사회와 투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는 자사의 핵심 자산인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를 매각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단독 협상 단계에 들어갔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협의가 큰 변수가 없는 한 며칠 안에 공식 거래 발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워너브러더스는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CNN, TNT,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채널을 포함한 케이블 방송 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어내는 기업 분할 작업을 먼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해 출범한 워너브러더스는 이미 지난 6월, 내년까지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과 케이블 방송 부문을 분리하는 구조 재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구조 개편을 토대로 워너브러더스의 기업 가치를 600억달러(약 88조2천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 컴캐스트 등 3개사가 참여해 경쟁을 벌여왔다. 이 구도 속에서 넷플릭스는 지난 1일 2차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며 제안액 대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경쟁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했다고 보도했고, CNBC는 인수 대상 자산에 대해 제안 금액의 85%를 현금으로 치르겠다는 조건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이자 방대한 영화·TV 콘텐츠 라이브러리, 그리고 HBO맥스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해 왔다. 넷플릭스가 이 자산들을 흡수할 경우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 역량의 결합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스트리밍 시장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결합을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 분수령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경쟁 심화, 콘텐츠 제작비 급등, 광고 기반 서비스 확대 등으로 재편 압박을 받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USA) 주요 미디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대형 인수·합병(M&A)과 사업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으며, 워너브러더스의 매각 추진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선택으로 여겨진다.
주요 관전 포인트로는 규제 리스크가 지목된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와 HBO맥스를 함께 품게 될 경우,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평가받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한층 더 커지면서 미국 및 주요국 경쟁 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규제 승인 실패를 염두에 둔 안전장치를 협상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인수 거래가 규제 당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약 50억달러(약 7조3천억원) 규모의 계약 파기 수수료를 제안 조건에 넣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파라마운트는 협상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인수전이 본격화되기 전 워너브러더스 측에 회사 전체 인수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한 전력이 있다. 이후 파라마운트는 입찰 절차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4일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 측에 보낸 공식 항의 서한 내용을 전했다.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측 변호인단은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러더스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입찰 과정이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에서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가 “공정한 거래 절차의 형식과 실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주주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하고, “단일 입찰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근시안적인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파라마운트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당 서한을 이사회에 공유했다고 밝히며 방어에 나섰다. 회사 측은 “이사회가 그 의무를 최대한 신중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임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파라마운트가 향후 인수 절차를 둘러싸고 법적 대응이나 규제 당국에 대한 추가 문제 제기를 시도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경우,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 CEO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그는 워너브러더스 회사 전체 인수를 희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USA) 주요 경제·연예 매체들은 엘리슨이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통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지형을 재편하려 했지만, 넷플릭스와의 단독 협상 구조가 형성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이번 협상은 글로벌 콘텐츠 공급망과 저작권 유통 구조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유럽(Europe)과 아시아(Asia)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이미 현지 제작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으며, 워너브러더스의 방대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게 될 경우 지역별 독점·배타적 계약 구조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각국 규제 당국은 자국 시청자 선택권 축소와 가격 결정력 집중을 우려하며 심사 과정에서 엄격한 조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USA) 주요 언론은 이번 인수 협상을 스트리밍 중심 미디어 질서가 한 단계 더 공고해지는 상징적 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들은 콘텐츠 제작과 배급, 플랫폼 운영이 단일 대형 플레이어에 집중될수록 중소 제작사의 협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규모의 제작비·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독립 스튜디오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시도가 미디어 산업의 탈전통 방송, 플랫폼 중심 구조 전환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미국(USA)을 중심으로 한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가 향후 글로벌 미디어·플랫폼 M&A의 규범을 재정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협상과 규제 심사 과정, 그리고 최종 거래 성사 여부가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디지털 플랫폼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