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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기반 정신건강 AI…닥터프레소, 중앙대와 인재양성 MOU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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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기반 정신건강 인공지능 기술이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손잡으며 정밀의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음성에서 감정 변화를 포착해 우울, 스트레스 등 심리 상태를 정량 분석하는 기술이 실제 임상 데이터와 결합되면, 조기 선별과 비대면 모니터링 등 정신건강 관리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학 협력이 의료 인공지능 신뢰도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닥터프레소는 중앙대학교 의료 인공지능 특화 융합인재 양성 사업단과 의료 산업 혁신 및 의학 발전을 위한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신건강 특화 AI 스타트업과 의과대학을 포함한 연구중심 대학이 공식적으로 손잡은 사례로, 기술 검증과 인력 양성 모두를 겨냥한 협력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협약에 따라 양측은 의료와 인공지능 전문지식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하고,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추진한다. 단순 이론 교육을 넘어 병원, 스타트업, 플랫폼 기업이 겪는 데이터 품질, 레이블링, 모델 검증, 임상 적용 간극 등을 과제로 삼아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의료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 체계를 전제로 AI 분야 공동 연구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의료 영상과 달리 음성 데이터는 생활 속에서 상시 수집이 가능하고, 정서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데이터 비식별화, 보안 인프라, 기관 간 데이터 이전 원칙 등에서 학계의 가이드와 산업계의 실무 경험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학술 정보 교류를 통해 알고리즘 성능뿐 아니라 의학적 타당성을 논문, 학회 발표, 임상 연구 등으로 체계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닥터프레소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사용자의 일상적 음성을 분석해 감정 변화를 시각화하는 정밀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목소리의 음높이, 속도, 강도, 맥락 등 다차원 특징을 추출해 우울감, 긴장, 무기력 등 심리적 지표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병원 문턱을 넘기 전 단계에서 스트레스와 우울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술의 핵심 가치로 꼽힌다.

 

이 기술은 AI 음성 일기 서비스 레디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레디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마이크로 음성 일기를 남기면, 시스템이 음성 특성을 분석해 감정 변화를 차트와 지수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시간 흐름에 따라 파악할 수 있고, 의료진은 일정 기준치 이상 변화가 감지될 경우 맞춤 상담이나 진료를 제안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자기보고식 설문 위주의 평가 방식과 비교해, 언어가 아닌 음성 패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낮고, 일상에 가깝게 고빈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닥터프레소 솔루션은 국내외 행사에서 기술적 완성도와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에서는 음성 기반 멘탈케어 기술의 독창성과 구현 수준이 높게 평가돼 정보통신기술 분야 픽스 혁신상을 수상했다. 음성 신호에서 추출한 다차원 지표와 정신건강 상태 간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심사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닥터프레소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모바일 산업 전시회에서 음성 기반 정신과 진단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모 어워즈 건강 및 웰빙 최고 모바일 혁신상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모바일 기반 정신건강 관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웨어러블과 앱을 통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데이터를 임상적 의사결정에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국내 소셜벤처 생태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닥터프레소는 9월 열린 제9회 소셜벤처 엑스포 혁신경연대회에서 스케일업 부문 무신사 특별상을 수상했다. 기술적 혁신성과 함께 정신건강 접근성 확대,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산학 협력으로 닥터프레소는 대학의 의생명 연구 인프라와 임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사 솔루션의 의학적 타당성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AI 기반 진단이나 선별 도구가 실제 진료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회 가이드라인, 다기관 임상, 장기 추적 데이터 등 다층적 검증이 필요하다. 중앙대 의대와 병원이 보유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알고리즘 성능뿐 아니라 재현성, 특정 연령·성별·질환군에서의 편향 여부까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정신건강 디지털 치료제와 AI 평가 도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우울증, 불면증, 중독 등을 대상으로 한 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허가를 받으며 의료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음성 기반 진단 기술 역시 다국적 빅테크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 스타트업이 국제 전시회와 어워즈에서 연이어 두각을 드러내는 만큼 학술적 검증이 뒷받침될 경우 기술 수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는 데이터 활용 원칙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분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음성 데이터가 개인정보이자 건강정보로 중첩되는 만큼, 수집과 분석, 해외 이전 단계에서 각국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또한 정신건강 평가지표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 의료기기로 분류될 경우, 성능 시험과 임상적 성능 평가 요건을 충족해야 상용화에 속도가 붙는다. 학계와의 공동 연구는 이러한 규제 대응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정환보 닥터프레소 대표는 중앙대학교와의 협력이 자사의 기술적 완성도와 의학적 전문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증된 논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진단 기술을 앞세워 정신건강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진단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조기 개입과 예방 중심 관리가 가능해지고, 이는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손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닥터프레소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기술 전시회에 참가해 한층 고도화된 음성 분석 기반 멘탈케어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트업 전용 전시장인 유레카파크 내 서울 통합관 부스에서 글로벌 바이어와 헬스케어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시연과 협력 논의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는 이번 산학 협력과 글로벌 전시 참여가 결합되며 닥터프레소의 의료 인공지능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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