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번째 특검조사도 진술거부”…김건희 9시간 대면 후 귀가, 사실상 마지막 신문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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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을 겨눈 특검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다시 맞붙었다. 9번째 대면 조사였지만 김 여사는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며 정면 대치를 이어갔다. 특검 수사 시한이 보름가량 남은 상황에서 김 여사 조사 단계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김건희 여사는 11일 오전 9시 45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조사가 시작됐고, 신문조서 열람까지 마친 뒤 오후 6시 55분께 건물을 떠났다. 조사 시간만 약 9시간에 이른 셈이다.

특검팀 수사 기간이 이달 28일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이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마지막 대면 조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아직 추가 출석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진은 이날 김 여사를 상대로 아직 재판에 넘기지 않은 남은 의혹 전반을 놓고 신문했다. 우선 2024년 9월 3일 김 여사가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가져 국가 문화유산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이어 2023년 8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해군 지휘정인 귀빈정에서 파티를 즐겼다는 이른바 선상파티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공사 관련 특혜 의혹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팀이 구체 경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을 향한 뇌물성 수수 논란도 쟁점이 됐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로부터 2023년 3월 당 대표 선거 지원의 대가로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김 여사의 입장을 확인했다. 또 2024년 5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여사는 전반적인 신문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일 특검에 출석해 공직을 대가로 각종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 조사 때에도 비슷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수사팀이 사실상 모든 잔여 의혹을 묶어 추궁했지만, 김 여사가 방어권을 내세워 침묵 전략을 유지한 셈이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신문도 병행했다. 쟁점은 대선 국면에서 나왔던 김 여사의 이력 논란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이력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당시 김 여사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대학교 등 대학의 강사 또는 겸임교원직에 지원하면서 이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었고, 시민단체는 윤 전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2022년 9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다시 민중기 특검팀에 이첩됐다. 김 여사는 이날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오는 17일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 조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직접 따져 물을 방침이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각종 청탁 연루 의혹 등 굵직한 사건으로 수사망이 좁혀진 상황에서, 대선 과정의 발언까지 검증 대상이 되면서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8월 2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명태균 전 의원 관련 공천 개입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이른바 건진법사와 통일교 청탁과 관련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1심 선고는 내달 28일 예정돼 있다.

 

특검 수사 기간이 종료 시한을 향해 가고, 1심 선고 일정도 다가오면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을 놓고 거센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며, 국회는 관련 사안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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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윤석열#민중기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