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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 지켰다 vs 방만 예산 정리했다”…여야, 李정부 첫 예산안 법정시한 타결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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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심사 막판 신경전 끝에 여야가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두고 맞섰던 갈등은 법정 시한 준수라는 공통 목표 앞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의 명분과 실리를 내세우며 주고받기식 조정을 거쳐 2026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일 2026년도 예산안 법적 처리 시한에 맞춰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국회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법정 시한 내 처리되는 것은 5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정기 예산 심사라는 정치적 상징성까지 겹치면서, 협상 과정에서는 핵심 국정 과제와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도출된 합의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 원안 기준 728조원 규모의 총지출 규모를 유지하되, 그 안에서 4조3천억원가량을 감액하고 같은 범위 내에서 증액을 반영하기로 했다. 감액과 증액을 동시에 조정해 전체 예산 총액은 그대로 두고, 세부 사업 간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증액 항목에는 양당의 요구가 고르게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예산이 증액됐고, 국민의힘은 도시가스 공급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예산 확대를 관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점을 성과로 강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728조 원 규모의 예산 총액을 온전하게 지켜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협상장을 끝까지 지켜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과제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전부 지킨 결과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역점을 둔 인공지능 관련 예산과 관련해 “사업의 금액을 일부 낮추는 정도”라며 “예컨대 1천개소를 하려던 것을 900개소로 낮추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의원은 동시에 “AI 모빌리티 관련 사업과 분산형 전력망 등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며 “자율주행 예산의 경우 정부안에 608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대폭 증액 반영했다”고 말했다. 핵심 사업은 유지하되 규모를 조정하고, 미래 산업 분야에는 추가 재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체 예산의 순증을 막고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예산을 정리한 점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중복·과다 편성을 문제 삼으며 인공지능 관련 예산 1조2천억원 감액을 주장해왔고, 실제로 2천64억원을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정책펀드의 경우도 낮은 실투자율 등을 근거로 방만 운영을 지적해온 만큼 약 3천억원을 감액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형수 의원은 “이번 예산은 확장 재정”이라며 “109조원이나 적자 국채 발행을 해 마련한 예산이기에 순증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생각이었다. 그것이 관철됐다는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방만하게 운영돼 온 펀드 예산을 삭감해 정리할 계기를 마련했고 AI 예산의 경우 AI라는 이름으로 산재해 방만히 편성된 것을 정리·삭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심 국정과제 예산과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이견은 끝내 좁히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됐다가 다시 되살아난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민의힘 감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형수 의원은 이와 관련해 “100% 만족하지는 못한다”고 언급했다.

 

여야는 서로 다른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법정 시한 내 합의 처리라는 형식을 통해 정쟁 장기화를 피했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핵심 국정 과제를 지켰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 수호와 방만 예산 정리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각각 부각하고 있다.

 

향후 국회는 예산 결산 과정과 추가경정예산 논의를 통해 감액된 인공지능·정책펀드의 성과, 유지된 국민성장펀드·지역사랑상품권의 집행 효율성 등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내년도 정기국회에서 예산 집행 실적과 재정 건전성 지표를 토대로 추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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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