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데이터 개방 시 5년간 18조원 추가 매출”…정밀지도 반출 허용 논란 재점화
정밀지도 반출을 둘러싼 논쟁이 한미 통상 현안을 넘어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성장 정체와 맞물려 다시 격화됐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도 데이터 개방 시 5년간 18조원이 넘는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7일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이호석 연구원과 호서대학교 곽정호 교수는 '한국정보통신설비학회' 하계학술대회 논문집을 통해 “지도 데이터 반출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허용하면, 현재 정책을 유지할 경우보다 공간정보산업에서 18조4천600억원의 누적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산업조사’ 자료를 인용해 최근 성장률이 2021년 9.92% 이후 2022년 2.55%, 2023년 0.6%로 급락한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한국 공간정보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기존 노동집약적 성장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 등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밀지도 반출을 둘러싼 입장차는 극명하다. 정부는 군사·보안시설 등 민감 정보 유출 우려를 근거로 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비협조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구글과 애플은 지도 서비스 개선은 물론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정밀지도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정밀지도 문제가 한미 통상 이슈로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결정이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2011년, 2016년에 이어 2024년 2월에도 국토지리정보원에 정밀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정부는 결정을 내달까지로 한 차례 더 연기한 상태다.
논문에 따르면,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공간정보산업 매출 연평균 증가율은 12.49%, 고용 증가율은 6.25%에 이를 것으로 산정됐다. 반출이 계속 제한될 경우 증가율은 각각 4.31%, 3.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21조7천100억원까지 오를 수 있으며, 6조8천300억원의 추가 매출과 1만3천 명 이상의 고용 확충이 기대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연구진은 “지도 데이터의 전략적 개방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두 원칙을 모두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정책 조율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정밀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문제에 대해 내달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산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회 역시 관련 산업의 보호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