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의심, 스마트폰만 있으면”…세브란스 AI로 조기 선별 혁신
자폐스펙트럼장애 조기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혁신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소아정신과, 김휘영 신경외과,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연구팀은, 부모가 자녀의 음성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선별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병원, 의료진, 진료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영유아 조기 진단의 난점을 디지털 기반으로 보완할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성장 장애 판별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AI 기반 조기진단’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에 개발된 AI 모델은 2020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NASS) 조사에서 자폐아동 3명 중 1명이 8세 이후 진단된 것처럼, 정밀하고 신속한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등장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등 국내 9개 병원에 내원한 18~48개월 영유아 1242명을 대상으로,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지, 부모 행동 따라 하기, 공놀이, 상상놀이, 도움 요청 등 과제를 월령별로 녹음하게 했다. AI는 음성 파일에 포함된 톤, 리듬, 패턴과 같은 비정형 신호 외에, 부모가 작성한 M-CHAT, SCQ, SRS-2 등 국제 표준 자폐 선별검사 결과를 통합 분석한다.

기존 부모 질문지 기반 선별 도구만 사용할 경우 70% 안팎에 머물던 정확도는, 실제 상호작용이 녹음된 음성데이터를 포함시킴으로써 다차원적 신호 분석이 가능해졌고, 연구팀 AI는 정상 아동과 위험군을 94%, 고위험군과 실제 자폐 아동을 85% 정확도로 구분했다. 국제 표준 진단법인 ADOS-2 검사와의 일치도도 80%에 달했다. 기존 방식 대비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 AI 모델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구현해 실사용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부모가 병원 방문 전 가정에서 표준화된 과제를 시행하고, 음성을 전송해 조기 진단에 참고할 수 있어, 언어 지연과 사회성 부재 등 2차 손상을 사전에 감지할 길이 열렸다. “AI 기반 분석으로 임상현장 도달 전 조기 치료 개입의 실효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등도 디지털 기반 자폐 선별 방법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일 병원 데이터가 아닌 다기관 데이터를 활용한 한국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진단 신뢰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자폐 진단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디지털 치료제·진단도구 경쟁이 확산되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AI 기반 정신건강 진단도구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증(SaMD)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어, 향후 식약처 허가와 데이터 보호, 임상적 신뢰성 검증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천근아 교수는 “이번 AI가 진단 실효성을 입증하면 실제 가정 내 신속 진단이 가능해지고, 향후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김휘영 교수도 “전문가 진단 전 부모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디지털검사 도구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