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초임 300만·PSAT 도입 추진"…최동석, 공무원 채용·인사 전면 개편 예고
공무원 채용·인사 제도를 둘러싼 개편 구상이 윤석열 정부와 인사혁신처를 축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수 인재 유입과 고위공직 책임성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카드가 한꺼번에 제시되면서 정치권과 공직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공직적격성평가, 이른바 PSAT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내년 연구용역과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2027년 이후 구체적 도입안을 내놓기로 했으며, 수험생 부담을 고려해 최소 2년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PSAT를 9급 공채뿐 아니라 경력채용 시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 채용 전반에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PSAT는 공직 수행에 필요한 논리력, 분석력, 판단력 등 공통 역량을 검정해 우수 인재를 선발하려는 시험으로, 이미 일부 5급·7급·8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도입돼 있다. 정부는 하위직 채용에도 같은 기준을 확산시켜 공직 진입 단계부터 자질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채용 인프라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인사혁신처는 현재 과천과 세종에 분산된 채용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세종에 국가채용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통합 채용 거점 구축을 통해 시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험생 편의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인사 및 상벌 제도 개편 방향도 업무보고에 담겼다. 우선 적극행정을 실천한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포상 규모와 인센티브 비율을 대폭 확대해 소극행정 관행을 줄이고 창의적 행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감사원 감사 면책과 책임보험 보장 확대 등 보호 장치를 강화해, 공무원이 국민 편익을 위한 정책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위축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승진 체계도 손본다. 인사혁신처는 5급 조기승진제와 6급 공모 직위제를 새로 도입하고, 5급 공무원 대상 표준 평가모델을 마련해 역량과 성과를 중시하는 개방적 승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년 중심의 경직된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승진 속도와 보직 기회를 차별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젊은 인재 유인을 위한 보수 인상 대책도 포함됐다. 인사혁신처는 7급부터 9급까지 저연차 공무원을 대상으로 봉급과 수당을 추가 인상해, 2027년까지 9급 초임 보수를 월 300만 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9급 초임 보수 269만 원에서 30만 원 이상 인상을 목표로 한 셈이다. 정부는 민간과 공공 부문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해 공직 선호도를 높이고, 인력 이탈을 막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책임성과 성과 기준을 강화하는 장치를 내놓았다. 인사혁신처는 성과와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소속 장관이 직권으로 3급으로 강임하고 승진 대상에서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직권강임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현재보다 한 단계 낮은 직급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위공직자의 직무 태만과 부적합 행위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인사 조치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공직자 재산 관리에 대한 감시 장치도 한층 강화된다. 인사혁신처는 고위공직자의 주식 매각·백지신탁 및 직무관여 금지 위반 여부를 정기점검하고, 필요 시 직권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동시에 주식백지신고센터와 부동산공정신고센터를 운영해 공직자 재산 심사의 엄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충돌 방지를 제도화해 공직사회 신뢰 회복을 노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재해보상 분야에서는 순직 심의 과정에 국민참여단을 포함해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이기로 했다. 순직 인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절차에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이해관계자 불신을 완화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헌법 가치 교육 강화도 강조됐다. 인사혁신처는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헌법 교육을 의무화하고, 신규 임용자와 승진자의 기본교육 과정에 헌법 교과를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민주적 공직 문화를 확립하고 권력 남용을 예방하려면, 헌법 정신에 대한 이해와 준수가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조치다.
정부의 이번 업무보고 내용은 채용부터 보수, 승진, 징계, 재산 관리, 교육에 이르는 공직 인사 전반을 아우르는 개편 구상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관련 법령 개정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공무원단체와 청년층, 시민사회 의견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국회와 협의를 이어가며, 공직사회 혁신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