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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무회의 판단 받아봐야"…이상민 1심, 내년 1월 결심 전망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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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촉발된 책임 공방과 사법 리스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재판을 통해 정국의 또 다른 충돌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초 법원의 1심 판단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는 15일 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내년 1월 12일 결심 공판을 여는 방향으로 심리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진행하면 재판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내달 중순을 사실상 1심 심리 종결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 전 장관은 평시 계엄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않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경찰청과 소방청을 통해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비상계엄 관련 지시 여부를 부인한 진술을 문제 삼아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남은 증인신문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오는 19일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 이어 22일에는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법정에 설 예정이다.

 

당초 이날 출석해야 했으나 불출석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23일 다시 소환해 신문을 이어간다. 같은 날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도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들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을 마치면 사실관계 심리가 대체로 마무리된다고 보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을 지낸 김한수 전 의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 운영 상황을 증언했다. 행안부 의정관은 국무회의 서무 간사로서 회의록 작성 등 실무를 담당하며, 김 전 의정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 간사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전 의정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렸던 국무회의에는 아예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회의 연락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며 의정관실 직원 모두 회의에 배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기록 관리의 공백과 절차 정당성 논란이 맞물릴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의정관은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이 전 장관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이 전 장관이 저를 불러 '간사로서 궁금할 텐데, 어제 회의 관련해서는 국무회의인지는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무회의 성격과 절차 적합성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음을 시사한 진술이다.

 

그는 또 "국무회의라고 하려면 성원이 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성원이 됐냐고 장관에게 여쭤봤고, 이 전 장관이 '성원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참석 인원과 의결 요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쟁점이었음을 드러낸 부분이다.

 

김 전 의정관은 회의록 작성을 위해 대통령실에 회의 내용을 요청했지만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실에 회의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참석자, 일부 시간, 안건명만 회신받고 안건 내용과 발언 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절차적 투명성과 기록의 충실성을 둘러싼 공방 가능성을 예고한 진술로 해석된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무회의 절차와 법적 성격, 계엄 선포의 위법성 여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의 존재와 범위 등을 둘러싼 공소사실에 대해 향후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의 진술이 위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향후 판결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 전 장관 재판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와 언론 통제 시도 의혹을 윤 전 대통령 책임 문제와 연결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여권은 사법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내년 1월 결심 공판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선고 시점이 총선 국면 및 향후 정국 구도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 결과에 따라 비상계엄 대응 체계와 국무회의 운영 관행, 고위 공직자의 헌법재판소 증언 관행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는 남은 증인신문을 소화한 뒤 내년 1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 진술 등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재판부 판단이 나오는 시점까지 계엄 선포와 언론 통제 의혹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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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윤석열#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