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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이중용도 개발 서둘러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혁신 조직 신설 제안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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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과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연구기관이 이스라엘식 민군 이중용도 개발 모델을 한국형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전을 대비하려면 조직과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2025 국방개혁 세미나를 열고 민군 협력과 국방획득체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세미나에서는 민간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새 조직 구상과 함께, 소프트웨어 중심 첨단전장에 대응하기 위한 획득 절차 변화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재준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력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발표에서 이스라엘 사례를 언급하며 민군 이중용도 개발 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방위연구개발국이 방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민간 기술의 군사적 적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경제부 산하 혁신청이 민군 이중용도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재준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모델의 특징으로 전투 현장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상향식 접근을 꼽았다. 그는 전투 현장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군의 요구에 따라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고 반영하는 구조라며, 산업 생태계 조성과 군사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중용도 개발 모델이 군사 기술 유출 위험을 동반한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군 협력을 체계화할 경우 안보와 산업 정책을 함께 추진할 수 있고, 과정에서 민간 산업 생태계 형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첨단기술을 조기에 포착해 군사적 효용으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조직 개편 제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재준 선임연구원은 군이 작전환경에서 직면한 문제를 토대로 기술 발견부터 실전 배치까지 민간과 관, 군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 직속 국방혁신단 신설을 제안했다. 국방부 정책 라인과 현장 부대, 민간 기업·연구기관을 하나의 플랫폼 아래 묶어 신속한 실험과 보완을 반복하는 구조를 상정한 것이다.

 

이와 연계해 방위사업청 산하에 군사기술혁신원 설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재준 선임연구원은 이미 효과가 검증된 무기체계를 신속히 도입하기 위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담 조직을 두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군사혁신 조직과 연동되는 산업 정책을 추진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에 방위산업혁신지원국을 새로 두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전쟁 양상의 변화에 따른 국방 소프트웨어 획득 제도 개선 필요성도 비중 있게 제기됐다. 남기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획득방산연구실장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전 양상을 바꾸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운용, 우주기반 정찰, 통신·사이버전 등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장을 재편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남기헌 실장은 이러한 환경 변화가 국방 소프트웨어 획득 제도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국방획득체계는 사업 특성과 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는 단일경로 시스템이라며, 하드웨어 중심 무기체계 도입에는 적합할 수 있으나 빠르게 진화하는 소프트웨어의 효율적 획득에는 상대적으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초기 단계부터 실사용자와 개발자가 긴밀히 협업하고, 빠른 시제품 배포와 사용자 의견 환류를 반복할 수 있는 별도 절차 도입을 주장했다. 전통적인 획득 절차가 요구조건 확정과 시험 평가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구조라면, 소프트웨어는 지속적 업그레이드와 운영 중 개량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책 당국과 정치권이 이러한 제안들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국방개혁 속도와 방향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조직 개편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경우, 국회 국방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향후 국방개혁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민군 이중용도 기술 개발과 소프트웨어 중심 획득체계 구축 방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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