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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예방도 표준화” 식약처, 대학 상담매뉴얼 배포로 확산 속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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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노출 위험이 커지는 대학 현장을 겨냥한 표준화 교육 지침이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마약예방 교육·상담 표준매뉴얼을 배포하면서다. 클럽·파티 문화 확산과 소셜미디어 기반 디지털 환경이 결합되며 대학생·유학생층의 마약 접근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캠페인 중심 예방 활동을 개별 대학의 상시 상담 체계로 확장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이번 매뉴얼 배포가 청년층 대상 마약예방 정책의 실행 단계를 고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약처는 6일 대학생의 마약 접촉 위험 증대를 공식 문제로 규정하고, 전국 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자체적으로 마약예방 교육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표준매뉴얼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대학·학과 요청에 따라 전문 예방 교육강사를 파견해 강의 중심 교육을 진행해 왔고, 식약처는 대학생 마약 예방활동단 B.B.서포터즈를 운영하며 캠퍼스 캠페인과 온라인 콘텐츠 홍보에 집중해 왔다. 새 매뉴얼은 이 같은 일회성·외부 의존형 활동을 넘어, 교내 상담센터가 상시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준매뉴얼에는 대학생 눈높이에 맞춘 마약류 기초 정보와 함께, 국내 법체계에서 규정하는 마약류 범주와 처벌 수위 등 법적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특히 마약류 오남용 예방 수칙을 생활 상황별로 제시해 클럽·파티, 기숙사 모임, 유학·어학연수 환경 등 실제 노출 가능성이 높은 맥락을 중심으로 설명한 점이 강조된다. 상담 전 단계에서는 마약류 사용 인식과 태도를 점검하는 사전 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담자를 다섯 가지 군으로 분류하도록 설계됐다.

 

내담자는 대학생, 유학생, 마약 사용 위험군, 비의도적 마약 사용군, 의도적 마약 사용군 등 5개 대상군으로 구분된다. 각 군별로 위험 인자와 행동 특성이 정리되고, 그에 맞는 상담 프로토콜과 개입 강도가 차등 적용되도록 구성됐다. 예를 들어 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에게는 스트레스·우울·불안 관리 교육과 또래 압력 대처 훈련을 강화하고, 비의도적 사용군은 음료·음식 속 혼입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과 법적 보호, 신고 절차 안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의도적 사용군의 경우 재발 방지와 치료 연계를 중심으로 보다 집중적인 개입을 권고하고 있다.

 

상담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 도구도 함께 제공된다. 상담사가 내담자와 상호 소통하며 대화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역할 카드, 편지 키트 등 참여형 상담 보조물이 포함됐다. 이런 도구는 마약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으로 말을 아끼는 내담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사고 패턴과 감정을 시각화해 상담의 효과를 높이는 장치로 설계됐다. 식약처는 매뉴얼과 도구 세트가 대학 상담사들이 별도 전문 교육 없이도 기본 수준의 마약예방 상담을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함께한걸음센터와 같은 외부 전문기관으로 연계된다. 함께한걸음센터는 약물·중독 관련 심층 상담과 치료 연계를 담당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대학 상담센터는 1차 선별·기본 상담, 전문기관은 2차 치료·재활 지원을 맡는 2단계 구조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의료기관, 상담기관, 행정기관이 연계되는 다층적 중독관리 네트워크를 통해 초기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장기 추적·관리까지 이어가는 시스템을 지향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국내 대학가는 주로 캠페인성 교육과 특강 중심으로 마약예방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을 통한 익명 거래, 해외 직구·배송 편법, 합성 대마 등 신종 물질 확산 등 위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단발성 교육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중추신경계 약물 등 고위험 물질의 사용이 확대되는 흐름도 있어, 처방약 오남용과 불법 유통 사이의 경계를 관리하는 공중보건 정책의 정교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북미·유럽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상담센터와 지역 중독센터를 연계한 통합 관리 모델이 확산되는 추세다. 캠퍼스 내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알코올·약물 모듈을 포함시키고, 고위험군 학생에게는 디지털 기반 자기점검 앱과 원격 상담을 병행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대학생 대상 마약예방 교육에서도 온라인 자가진단, 익명 상담 채팅 등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안전하게 편입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식약처는 대학생이 미래 설계와 취업 준비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마약류 접근의 주요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생활 습관 교육과, 마약 권유 상황에서 단호히 거절하고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응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책 당국과 교육 현장은 새 표준매뉴얼이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안착돼 실제 상담 실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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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b.b.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