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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확보가 한미회담 최대 성과"…이재명, 북미대화 위해 한미연합훈련 조정도 시사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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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동맹 재편을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이 다시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규정하면서도,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비상계엄 선포 1년을 계기로 진행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볼 때 우리로서는 매우 유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핵잠수함 건조 방식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구체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지만, 우리 관점에서 보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핵추진잠수함 확보가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핵잠에 기폭장치나 핵폭탄이 내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확산 금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합의한 대원칙으로, 한국도 핵확산금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핵무장론에는 강하게 거리를 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 행동이다. 미국이 승인할 리도 없고, 또 엄청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처럼 될 텐데 이를 견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핵추진잠수함 전력은 확보하되, 핵무기 보유는 배제하는 선에서 동맹과 국제 규범을 조율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관계 경색 속에서 미국의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대화 노력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게 북한 판단"이라며 "지금은 북미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남측의 입장 때문에 북미 소통이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며 "북미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는 입장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동맹 훈련의 성격과 범위를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변 3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구체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격화된 중국과 일본 간 갈등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재나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정 편승이 아닌 조정자로서의 외교 공간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중 관계는 필연적 상호의존 구조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지리적·경제적·역사적·사회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화·경제 등 민간 교류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동북아 안정을 위한 안보협력도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방중 의지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경제·안보·문화 등 다층 의제를 포괄하는 한중 정상외교 복원을 통해 지역 정세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거사가 현재 외교를 옥죄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사도광산 같은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도 문제의 경우 독도가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큼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척하는 게 최고일 수 있지만, 여기에도 감정적 요소가 섞여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일 간 갈등이 협력 전반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경제교류나 안보협력, 민간교류나 문화협력 등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밝히며, 과거사 문제와 실질 협력을 분리 관리하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안한 제한적 협력 기조를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역할을 묻는 질문에 "러시아와 끊임없이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문제가 있기에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핵추진잠수함 전력을 확보하되, 비핵화 원칙과 NPT 체제는 유지하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동시에 한중, 한일, 대러 관계를 각각 다른 제약 요인 속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정부는 향후 한미 연합훈련 조정 여부와 중국·일본·러시아와의 정상외교 일정을 조율하며 동북아 외교·안보 구도를 본격 재정비할 전망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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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트럼프미국대통령#핵추진잠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