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플·도지코인 ETF 동시 상장”…미국 NYSE,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가속과 회복 기대 교차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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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24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리플 XRP(엑스알피)와 도지코인(Dogecoin)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해 온 암호화폐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결과로, 침체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제도권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번 상장이 시가총액 축소와 변동성 확대로 흔들린 투자 심리에 어떤 변곡점을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외신 지크립토(ZyCrypto)는 11월 25일자 보도에서 블룸버그(Bloomberg)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가 X(옛 트위터)를 통해 “그레이스케일 도지코인 ETF인 GDOG가 승인됐고, 리플 XRP ETF도 같은 날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레이스케일이 준비해 온 상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심사로 1년 넘게 지연됐던 만큼, 이번 상장은 규제 환경 변화의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증시, 리플 XRP·도지코인 ETF 첫 상장… 시장 회복 기대감 주목
뉴욕증시, 리플 XRP·도지코인 ETF 첫 상장… 시장 회복 기대감 주목

리플 XRP와 도지코인 ETF 출시는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 들어 시가총액의 약 3분의 1을 잃은 상황에서 등장했다. 급격한 조정과 각국 규제 강화로 개인 투자자와 기관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뉴욕증시에 상장된 ETF는 기존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 디지털 자산을 편입하려는 자금에 새로운 진입 통로를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비제도권 투기 자산에 그치지 않고, 규제 틀 안에서 관리되는 투자상품으로 재정의되는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시장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거래소 비트겟(Bitget) 소속 연구원 레이시 장은 외신을 통해 리플 XRP 가격이 현재 약 2.07달러 선에서 2.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약 21%에 이르는 이 잠재적 상승 폭이 스폿 ETF 수요 확대에 의해 견인될 수 있다며, 기관과 리테일 양측에서 신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상승세 지속 여부는 거래량 회복과 규제 환경 안정,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도지코인의 경우 사정이 다소 다르다. 2024∼2025년 상승장 국면에서도 과거 최고가인 0.70달러를 회복하지 못했고, 밈코인 전반의 거래량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약세 흐름이 뚜렷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 피로감과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도지코인은 이른바 ‘테마 소멸’ 우려까지 낳아 왔다. 외신들은 이번 ETF 상장이 도지코인에 제도권 금융의 신뢰를 덧입히고, 장기 보유 성향의 자금을 끌어들여 시장 내 입지를 다시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이미 비트와이즈(BitWise), 그레이스케일(Grayscale), 캐너리(Canary), 프랭클린(Franklin) 등 네 곳의 발행사가 리플 XRP ETF를 선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캐너리 캐피털의 XRPC ETF는 2025년 출시된 ETF 가운데 첫날 거래량이 가장 높았고, 운용자산 규모도 약 2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해 수요를 확인했다. 솔라나(Solana) ETF 등 다른 주요 알트코인 상품 상장도 잇따르면서, 미국 ETF 시장이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적극 편입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Europe)과 아시아(Asia) 일부 금융 허브에서도 규제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산참조토큰과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초점을 맞춘 암호자산시장규제법(MiCA)을 시행 단계로 옮기면서, ETF 등 파생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비에 나선 상태다. 일본(Japan)과 싱가포르, 홍콩(Hong Kong) 등도 디지털 자산을 자본시장 안으로 편입하는 방향에서 상장 규정과 공시 기준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미국발 ETF 확산이 이들 규제 당국의 정책 조정 속도를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ETF 시장 확대가 곧바로 암호화폐 가격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매크로 요인들이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ETF 상장이 단기적으로 거래량과 자금 유입을 끌어올릴 수 있어도, 시장의 구조적 침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레버리지·옵션 등 파생상품과 결합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되레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금융매체들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요 경제지들은 XRP와 도지코인 ETF 상장을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과 제도적 가교를 넓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물 경제와의 연결 고리와 수익성 논리가 불투명할 경우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언론은 과거 비트코인 ETF 상장 당시 단기 급등 후 조정 국면이 반복됐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ETF 상장이 곧 장기적 상승장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을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가 구체화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규제 장벽으로 여겨졌던 SEC 승인 절차가 정치적 압력과 시장 요구를 반영해 속도를 내면서,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정책이 보다 산업 육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며, 향후 법적 분쟁과 추가 규제 논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플 XRP·도지코인 ETF 동시 상장은 규제 완화 국면 속에서 암호화폐가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재확인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ETF를 매개로 한 유동성 회복과 가격 반등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지만, 성패는 실제 운용 성과와 거래 유입 규모, 그리고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향후 암호화폐 ETF 시장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시장 사이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공고히 할지 관심이 모인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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