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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존 비마약성 통증신약 국가 2상 선정…PHN 치료 패러다임 노린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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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약성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비보존이 국가 지원을 발판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비보존제약 관계사 비보존은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신약 후보물질 VVZ-2471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2025년 2차 국가신약개발 사업 임상 2상 단계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증 조절의 두 가지 핵심 경로를 동시에 겨냥한 이 후보물질이 기존 마약성 진통제와 계열이 다른 기전을 내세우며 글로벌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비보존은 이번 과제 선정으로 향후 2년간 정부와 매칭 방식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는다. 회사는 해당 재원을 VVZ-2471의 국내외 임상 확대와 글로벌 개발 전략 정교화에 우선 투입해 후보물질의 상용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연구비 매칭 구조는 임상 단계별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개발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VVZ-2471은 세로토닌 수용체 2A형 5 HT2A와 메타보트로픽 글루타메이트 수용체5 mGluR5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 작용 기전의 비마약성 신약 후보물질이다. 5 HT2A는 중추신경계에서 통증 인지와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수용체로, 과활성 시 통증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 mGluR5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신호를 매개해 신경가소성과 통증 신호 증폭에 연결된다. VVZ-2471은 이 두 경로를 함께 억제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만성화와 과민 상태를 동시에 줄이는 전략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기존 단일 표적 약물 대비 통증 조절 효과를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 PHN은 대상포진 감염 후 신경이 손상되면서 남는 만성 통증 질환이다.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면장애, 우울 증상을 동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기존에는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삼환계 항우울제, 국소 리도카인 패치 등이 주로 사용돼 왔지만 충분한 통증 감소가 어려운 환자가 적지 않고 어지러움, 졸림 같은 부작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약성 진통제 투여는 중독과 남용 위험 때문에 장기 처방이 제한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새로운 기전의 비마약성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비보존은 현재 국내 PHN 환자를 대상으로 4주 투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시험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경우 투여 기간을 13주로 확대한 글로벌 임상으로 곧바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는 장기 복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초기 중단율, 체중 증가나 인지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 양상, 약효 지속 기간 등이 주요 평가 변수로 꼽힌다. 회사는 국가 과제 지원으로 장기 투여 데이터 확보에 필요한 환자 모집과 모니터링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에서는 VVZ-2471을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다. 이 시험에서는 용량별 안전성과 약동학 PK 데이터를 확보해 최적 용량 구간과 투여 스케줄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보존은 미국 1b상 결과를 토대로 향후 글로벌 2b·3상 임상 설계를 세분화해 지역별 규제 요구사항에 맞춘 데이터 패키지를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통증 감소 효과와 더불어 졸림, 어지럼증, 인지 기능 저하 같은 중추신경계 부작용 프로파일이 글로벌 확장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를 둘러싼 경쟁이 활성화돼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나트륨 채널, 칼슘 채널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통증약과 항체 치료제가 임상 후반부 단계에 진입해 있으며, 일부 기업은 mGluR5 단일 표적 저해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VVZ-2471은 5 HT2A와 mGluR5를 함께 차단하는 복합 기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만큼, 동종 계열이 적은 틈새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가 보유한 대규모 임상 수행 능력과 마케팅 역량을 감안할 때, 파트너십 전략 수립이 상업화 성공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과제 선정은 국내 정부 지원 체계와의 연계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국가신약개발 사업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후반 단계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자금뿐 아니라 임상 설계 자문, 글로벌 규제 대응 컨설팅 등의 인프라도 제공한다. 통증 치료제는 주관적 지표 비중이 높고 위약 반응률이 커 임상 설계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분류되는 만큼, 공공 연구 네트워크와의 협력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통증·신경과 전문의들은 PHN과 같은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분야에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추가될 경우 치료 옵션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대학병원 통증의학과 교수는 신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고령 PHN 환자에서 마약성 진통제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통증 조절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비용과 보험 급여 범위,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처방 패턴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보존 관계자는 국가신약개발 사업 임상 2상 과제 선정은 VVZ-2471 개발 과정에서 의미있는 단계라며 정부 지원과 함께 진행 중인 글로벌 개발 전략을 기반으로 PHN 치료제 개발을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중 작용 기전의 비마약성 통증 신약이 임상 후반부까지 안정적으로 진입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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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존#vvz-2471#국가신약개발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