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의 진심 남기고”…이용일 전 KBO 총재 대행, 긴 여정 끝→94세로 영면
숨을 고르던 운동장 한가운데, 흙바람처럼 깊고 조용했던 야구 원로의 마지막 하루가 끝났다. 한국프로야구 출범의 산 증인이자 수십 년 야구계의 버팀목으로 남았던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직무 대행이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의 삶 속엔 야구에 바쳤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야구계는 이틀 뒤인 8일, 이용일 전 대행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KBO장(한국야구위원회장)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KBO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이용일 전 대행이 남긴 공로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는 평가다.

어린 시절에는 경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서 꿈을 키웠고, 전북야구협회장과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야구계에 뿌리를 내렸다. 무엇보다 1981년 12월 KBO 초대 사무총장에 최초로 뽑혀,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의 현장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 이후 1991년 2월까지 프로야구 토대를 다지는 데 힘을 쏟는 한편, 6개 구단에서 8개 구단 체제로의 확장도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로 기록됐다.
KBO 활동 이후로도 쌍방울 그룹 부회장과 쌍방울 레이더스의 구단주 대행을 역임하며 구단 경영자로서의 외길을 걸었다. 2011년 KBO 총재 직무 대행, 전북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 추진위원장 등으로 야구 현장의 굵직한 전환점마다 중심을 지켰다. 각종 이정표에서 그의 신념이 묻어났고, 경기장마다 남아 있는 그 시간들이 팬들에게도 오래 기억되고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8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으로 결정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승규 씨와 딸 금희 씨, 지현 씨가 곁을 지키고 있다. 장례위원장은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맡아 마지막 길을 엄숙히 안내한다.
이용일 전 대행의 별세 소식에 야구계 인사들과 후배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관통하며 프로야구의 뼈대를 세워온 진심이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팬들은 또 하나의 시대가 저무는 아쉬움과 함께, 고인이 남긴 공로를 되새기며 조용한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