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1호 AI데이터센터”…CJ올리브, MEP로 안정성 책임
AI 연산 수요를 소화할 차세대 데이터센터 투자가 수도권 밖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전라남도가 첫 디딤돌을 놓았다. GPU와 TPU 기반의 고발열 AI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는 26MW급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열관리 실증과 지역주도형 AI대전환 프로젝트를 연계해 지역 혁신 거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번 사업이 정부의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 이후 민간이 추진하는 첫 대규모 지역 거점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데이터 인프라 입지와 투자 방향을 가늠할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전남 1호 데이터센터인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한다고 16일 밝혔다. 장성 파인데이터센터는 총 3959억원을 투입해 전라남도 장성군 남면 첨단3구에 26MW급 규모로 조성된다. 2028년 상반기 준공과 가동을 목표로 지난 15일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맡는 역할은 데이터센터 MEP 사업이다. MEP는 기계와 전력, 수배전 등 설비 인프라 전반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영역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가 24시간 무중단으로 가동되도록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 제어를 통합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특히 최근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밀도와 열부하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MEP 설계의 기술 난도가 크게 올라간 상태다.
AI 학습과 추론에 활용되는 GPU와 TPU는 기존 CPU 기반 서버에 비해 5배 이상 전력 소모와 발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일 면적에 더 많은 연산 자원을 집적해야 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랙당 전력밀도와 냉각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며, 전력 계통 장애나 냉각 이상이 곧 서비스 중단과 직결될 수 있어 정밀한 부하 예측과 이중화 설계가 필수다. 고밀도 GPU 랙을 감당하기 위한 냉각수 기반 솔루션, 공조 시스템 고효율 설계, 전력 수급과 배전 안정화를 통합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이유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인천 송도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경험, 제조 물류 분야 EPC 역량을 이번 사업에 결합해 고성능 AI 컴퓨팅 환경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송도 데이터센터에서 축적한 에너지 효율 관리 노하우를 적용해, AI 클러스터 확장에 따른 전력 피크 관리와 냉각 최적화까지 고려한 설계가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GPU 서버 비중이 확대되는 최신 데이터센터의 경우, MEP 설계 품질이 곧 실제 활용 가능한 AI 연산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장성 파인데이터센터를 단순 인프라에 그치지 않는 지역 AI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의 고발열 특성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열관리 기술개발 실증사업을 추진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잉여 열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동시에 지역주도형 AI대전환 프로젝트를 연계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실증, 연구개발, 교육, 창업을 묶는 AI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장성 파인데이터센터는 대형 클라우드와 AI 서비스 기업, 지역 제조·에너지·공공기관의 데이터 처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토지와 전력 인프라 확보 여건이 유리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대규모 AI 연산을 필요한 곳 가까이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금융권과 공공부문이 재해복구센터와 이원화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흐름도 지역 데이터센터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인프라 구축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X로 불리는 AI전환 분야 전문 인력을 지역에서 키우기 위해, 전남 지역 거점 대학과 공공기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련 산업 분야 취업까지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운영과 클라우드 관리, 데이터 분석, AI 서비스 기획 등 직무를 중심으로 현장 연계형 교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북미와 유럽, 중동을 중심으로 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팜을 구축하며 전력 확보와 냉각 기술 경쟁에 나서고 있고, 유럽과 일본도 자국 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거점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한국에서도 수도권 과밀 해소와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해 비수도권 거점 구축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며, 장성 파인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정책 방향과 맞물린 민간 주도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과제로는 전력 공급 안정화와 환경 규제 대응이 꼽힌다. 고전력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 계통 확충과 재생에너지 연계 여부가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효율적인 냉각 기술과 저전력 AI 칩 도입, 폐열 활용 모델 등이 사업 지속성을 가늠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차원의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 체계와 지역 에너지 정책 연계도 중요한 조건으로 지목된다.
유인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는 보유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고객이 AI 사업을 마음껏 전개할 수 있는 최적 인프라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장성 파인데이터센터가 지역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수도권 편중된 국내 데이터센터 지형을 얼마나 분산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