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조언 품고”…유규민, 도쿄 세계선수권 결선 도전→신기록 향한 첫 발
진천선수촌의 오전 공기는 여느 때보다 차분했다. 유규민이 세계선수권이라는 낯선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은 한층 더 진지했다. 선배들의 격려와 경험을 등에 업고,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규민(24·용인시청)은 2025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세단뛰기 엔트리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는 유규민에게 첫 번째 ‘월드챔피언십’ 경험으로,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며 세계선수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무엇보다 우상혁 선배로부터 국제 대회 준비법 등 큰 무대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수받아 자신감이 덧붙여졌다. 자신보다 먼저 큰 경기 무대를 밟아본 선배들의 격려는, 유규민에게 또 하나의 추진력이 됐다.

이번 대회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는 총 37명이 출전한다. 유규민은 랭킹 포인트 29위로 도쿄 무대에 선다. 결선 무대를 밟으려면 예선 상위 1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기준으로 결선 진출선은 16m71. 유규민은 2023년 6월 자신이 세운 16m91의 개인 최고기록을 등에 업고 이번 도전에 임한다. 올해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강한 바람 속에서도 16m82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해 안정된 기량을 증명했다.
한국 남자 세단뛰기는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 김덕현이 기록한 9위(16m71)가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이었다. 최근에는 잇단 부상과 세대교체의 여파로 결선 진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유규민의 도전은 남다른 관심을 끈다. 현장 코치진과 팬들 모두 결선 진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진천에서 유규민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우상혁은 “세계에 네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라며,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 또한 “유규민은 흔들림 없는 멘털이 강점이다. 자신의 기량을 도쿄에서 모두 펼치길 바란다”며 신뢰를 보냈다.
한국 신기록 보유자 김장우(국군체육부대)의 든든한 지원도 이어졌다. 김장우는 지난 6월 전국육상선수권에서 17m13을 기록하며, 김덕현의 종전 기록을 3㎝ 경신했다. 유규민은 선배의 투혼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놨다. “바로 옆에서 신기록 달성을 지켜보며 울컥했다. 선배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배어 있었다.
유규민은 도쿄에서 얻은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처럼 유규민은 짙은 각오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첫 시험대를 맞는다.
유규민은 9월 17일 오후 7시 5분, 도쿄 세계선수권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 출전하며 상위 12위 안에 들어야 결선행 티켓을 거머쥔다. 만약 개인 최고 기록 근처에 다가서면, 19일 결선 무대에 새로운 한국 남자 세단뛰기 역사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팬들은 유규민의 비상에 조용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