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고궁을 걷다”…도심 속 ‘대구 국가유산 야행’ 현장에 빠져드는 밤
요즘 도심에서도 밤 산책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늘고 있다. 예전엔 잠든 도시를 스쳐 지나갔다면, 지금은 오히려 고요한 밤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8월 29일부터 이틀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과 향촌동, 포정동 일대에서는 국가유산 야행 축제가 펼쳐진다. 야경, 야사, 야설 등 7가지 비밀스러운 테마 아래, 고풍스러운 기와지붕과 화려해진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공간을 걷는 모습이 SNS 곳곳에 공유되고 있다. 한복과 근현대 복장을 차려입은 시민들이 야관경관조명 앞 포토존을 배경 삼아 남기는 인증샷은 축제의 인기 풍경.
방문객 이연지(34)는 “밤에 보는 감영공원은 평소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주변 건물 불빛과 전통공연이 겹치니, 마치 조선시대와 현대를 동시에 걷는 기분”이라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대구 관광재단 조사에선, 시민 10명 중 7명이 ‘야간 공공문화행사를 선호한다’고 답하며 특히 가족 단위와 20~3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높아졌다. ‘힙조선 마켓’ 등 라이프스타일형 콘텐츠와, 스탬프 투어, 360숏폼 제작소, 옥사체험 등 다양한 신세대 취향의 프로그램이 축제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야행 축제의 본질은 ‘지역의 기억을 새롭게 걷는 일’에 있다. 트렌드 분석가 김솔희는 “조명과 무형문화재, 체험형 부스, 마켓이 어우러지면 세대를 막론하고 머무르고 싶은 밤의 분위기가 완성된다. 과거와 현재, 도시와 사람이 어울리는 문화의 힘”이라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감영공원에서 전통 수건춤을 처음 봤다”, “달빛 투어+근현대 포토존이 신기했다”, “아이랑 옥사체험하고 전통과자 먹으니 진짜 조선시대 분위기였다” 등, 세대와 취향을 넘나드는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무심코 지나던 공간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는 일. 누군가에겐 어린 시절 엿장수와 도롱이불 조각, 누군가에겐 처음 걸어보는 밤의 고궁이 소중한 기념이 된다.
대구 국가유산 야행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도시의 유산과 일상의 리듬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문화적 실험이다. 작고 사소한 밤 산책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