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땐 주가 부양 역행”…재계, 더불어민주당 3차 상법개정 드라이브에 강력 우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재계가 정면 충돌했다. 여당이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못 박자, 재계는 주가 부양 효과가 꺾이고 경영 전략이 제약되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상법이 올해에만 세 차례 손질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입법 속도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은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관행을 근절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자사주에 대해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를 차단해 소액주주 권익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즉각 우려를 쏟아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연내 처리 목표로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아직 1, 2차 개정에 따른 보완책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벌써 3차 개정을 한다는 게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세 번째 개정까지 추진될 경우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란 주장이다.
재계가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자사주 취득 유인 감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존 국내외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후 1~5일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또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6개월과 1년 기준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포인트, 16.4~47.9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이처럼 자사주 취득이 통상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져 왔는데,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 활용 범위가 좁아져 취득 자체를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재계에서는 “주가 부양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국내 기업보다 오히려 높은 데다, 국내 대기업들도 구조조정, 합병과 인수, 사업 재편, 임직원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전략에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도 근거로 제시된다. 재계는 일률적인 소각 의무화가 이런 전략적 활용 여지를 대폭 줄여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은 대안으로 신규 취득 자사주의 처분 공정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체의 80%가 신규 취득 자사주의 처분 공정화에 동의했다고 응답했다. 자사주 매각 시 투명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면 지배주주 사익 편취 우려를 줄이면서도 소각 일변도 처방은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재계 관계자는 “처분 공정화를 통해서 여러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데도 아예 소각해버리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등 경영전략을 위해서 자사주를 활용할 여지마저 없어지는 것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목표에는 공감하더라도 수단이 과도하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한 예외 규정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임직원 보상,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일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될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자사주 소각 의무에서 예외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재계는 이 예외 조항이 현실에서 작동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다수 개인 주주가 단기 주가 부양을 우선시할 경우, 시급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해도 주총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논의에 비해선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M&A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에 대한 고려가 없고 기존 자사주에 대한 유예기간도 짧다”며 “추후 논의 과정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와 주주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당과, 과도한 규제가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재계 논리가 거칠게 맞붙는 양상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사주 소각 강제 수단의 적정성과 예외 인정 기준을 두고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3차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 자사주 소각 의무 범위와 예외 사유, 기존 자사주에 대한 유예기간, 처분 공정화 장치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당별 이해와 재계 의견, 투자자 보호 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인 만큼,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공청회와 추가 협의를 병행하며 입법 방향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