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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고 밀랍 랩 유통 차단”…식약처, 회수 명령으로 안전성 경고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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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포장재로 주목받는 밀랍 랩 시장에 수입·유통 단계의 안전 관리 경고등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신고 없이 국내에 반입된 밀랍 랩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내리면서, 친환경을 내세운 생활밀착형 바이오 소재 제품도 식품 접촉 안전기준과 수입 규제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활용 친환경 포장재가 사실상 식품 접촉 자재로 사용되는 만큼, 앞으로 신고·표시 의무를 둘러싼 관리 강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7일 수입식품 등 수입·판매업체 로호 리테일이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밀랍 랩 제품 슈퍼비 비즈왁스 랩을 국내에 반입해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과 회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 조치를 수입절차 위반 사례로 규정하고, 시장 유통분에 대한 신속한 회수와 소비자 사용 중단을 동시에 요청했다.

슈퍼비 비즈왁스 랩은 1회용 비닐 랩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회용 포장재로, 꿀벌 벌집에서 얻은 밀랍과 직물을 결합해 제작하는 제품이다.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특성상 수입 단계에서 식품용 기구·용기·포장으로 분류돼 신고 및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적발된 물량은 정식 신고 절차 없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수입신고 누락 자체가 법적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안전성 검증 여부와 별개로 유통 차단 조치를 우선 적용했다.

 

회수 대상 물량은 4월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반입된 제품으로, 총 1673개가 해당된다. 식약처는 수입·판매 이력과 재고 현황을 토대로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처를 포함한 회수 진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당국은 식품 접촉 제품의 경우 소재가 천연 원료라 하더라도 이행물질, 이물 오염, 제조 공정 잔류물 등 위해 요인을 사전에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밀랍 랩은 사용자가 손의 체온으로 재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식품을 감싸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물리적으로 식품과 밀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밀랍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혼합된 수지, 오일, 염료 등에 대한 안전 기준 충족이 핵심이다. 특히 해외 제조사의 경우 자국 기준과 한국 식품용 기구·용기·포장 기준이 상이할 수 있어, 수입 단계에서의 신고와 시험성적 검증 과정이 소비자 보호 장치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포장재 수요가 늘면서, 밀랍 랩과 식물성 왁스 기반 포장재 같은 바이오 소재 제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 왔다. 이런 제품 상당수는 생활용품 이미지로 마케팅되지만 실제 사용 형태는 식품 보관과 밀접해, 실질적으로 식품 접촉 자재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제로웨이스트 트렌드가 커질수록 수입 신고, 자재 시험, 사용 용도 표시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이 식품 접촉 재료 규정으로 밀랍과 식물성 왁스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오 소재를 관리하고 있고, 미국도 식품접촉물질 통지 제도 등을 통해 신소재 포장재를 규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포장재는 성장 분야로 꼽히지만, 동시에 각국 규제기관은 천연 원료라는 이유로 안전성을 추정해 인정하지 않고, 화학적 특성과 용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요구하는 추세다.

 

식약처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소비자에 대한 직접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신속히 회수하도록 조치했다며, 슈퍼비 비즈왁스 랩을 구매한 소비자는 사용을 중단하고 구입처에 반품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수입식품 등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수입신고 준수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 유사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밀랍 랩을 포함한 친환경 포장재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바이오 기반 소재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과 인허가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식품 접촉 안전, 환경성, 소비자 편익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설계가 요구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친환경 포장재 시장의 신뢰 기반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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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로호리테일#슈퍼비비즈왁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