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유지에 안도"…국민의힘, 패스트트랙 1심 뒤 사법 리스크 한고비 넘겼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싼 법원의 1심 판단을 계기로 여야가 다시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직 상실형이라는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의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공세 강도를 끌어올릴 채비에 나섰다. 다만 비상계엄 1년 정국과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어 긴장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0일 서울 법원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에서 나경원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 다수가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자 총체적 위기는 피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현직 원내대표를 포함한 중진들이 무더기 징역형을 구형받았던 만큼, 당내에서는 개헌 저지선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돼 왔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이날 전국 당협 사무국장 직무연수장에서 선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무죄가 안 나와 대단히 아쉽지만, 의원직을 유지하고 단일대오로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맞서 싸울 여건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유죄 판결의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원내 투쟁 동력은 유지됐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결과다. 대한민국 정치가 죽을 뻔했는데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비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벌금형이 나오긴 했지만, 의원직 유지와 다음 출마에도 지장이 없게 됐다"며 "지극히 합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유죄 자체에 대한 이견은 적지 않지만, 선고 수위에선 대체로 안도하는 표정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김태흠 충청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역시 당선무효형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향후 선거 일정에 치명적 변수는 피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사건에 전·현직 원내대표와 5선 중진인 나 의원, 현역 3선 의원 4명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일부라도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당이 움츠러들고 투쟁 동력이 급속히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1심에서 다수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고 상급심에서까지 확정될 경우 재적 의원 3분의 1로 규정된 개헌 저지선 방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았다. 당내에선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을 민주당 견제로 해석하며 즉각 대여 반격의 명분으로 삼는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은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은 의미가 있다.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며 "민주당 독주를 막을 최소한의 수단을 인정받은 부분은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충돌을 단순 물리력 행사 문제가 아니라, 여당의 일방 처리에 맞선 정치적 저항으로 규정한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의원도 "민주당 의회 독재에 대해 법원이 중요 제동을 건 판결이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법원이 질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판결문에 나왔다시피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제 삼고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혀, 향후 국회 곳곳에서 여당을 상대로 한 공세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판 결과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연루된 형사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결정을 다시 거론하며, 패스트트랙 사건의 항소 여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모습이다. 주 의원은 "국민이 직접 피해를 본 '김만배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 포기하지 않았나. 이 사건은 오히려 민주당 의회 독재가 드러난 사건이기에 어떻게 검찰이 판단할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본 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검찰의 향후 절차를 압박하면서, 패스트트랙 사건을 둘러싼 논쟁을 대장동 이슈와 연결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여권이 이른바 김만배 사건의 항소 포기 논란을 다시 소환해, 야권 수사·기소 기준과 형평 문제를 제기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당 내부의 긴장은 가시지 않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는 시점에 대규모 대여 공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가 연이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사법 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경우, 패스트트랙 1심의 안도감이 금세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추 의원 구속영장 심사를 비롯해 12월 3일까지 일단 남아 있는 큰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1심으로 한숨은 돌렸지만, 향후 구속영장 심사 결과에 따라 정국 기류가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를 계기로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의회 독재 제동"이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태세여서, 향후 추가 재판 경과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관련 영장 심사, 비상계엄 1년을 둘러싼 공방이 맞물리며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은 사법 리스크와 의회 충돌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