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투자자들이 바닥 매수 나섰다”…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XRP, 지역별 온도차 속 단기 회복세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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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국(USA)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지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XRP 가격이 단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거래 시간대에 집중된 매수 흐름이 최근 급락 이후의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하면서, 지역별 투자 심리 격차가 시장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양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흐름은 각 지역 규제 환경과 거시경제 여건, 투자자 구조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나타났다.

 

온체인 분석업체 벨로(Velo)의 세션 기반 차트에 따르면, 글로벌 거래 시간대별로 비트코인 매수·매도 패턴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비트코이니스트 등 외신은 “미국이 비트코인의 순매수자로 다시 부상하면서 더 넓은 암호화폐 시장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거래 시간대 비트코인 수익률을 나타내는 파란색 선은 11월 24일 약 2%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3.73%까지 상승한 뒤, 11월 26일에는 7.55%에 도달해 해당 기간 누적 기준 4%포인트 이상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트레이더들의 강한 저가 매수 수요가 되살아났음을 시사한다.

미국 투자자 매수세,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가격 회복 주도
미국 투자자 매수세,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XRP 가격 회복 주도

가격 측면에서도 회복 조짐이 관측된다. 최근 주 초에 8만7,000달러 아래로 급락했던 비트코인은 다시 9만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더리움은 3,000달러 수준을 되찾은 뒤 비교적 안정적인 거래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플 XRP는 코인마켓캡 기준 약 14%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세 코인 가운데 가장 높은 반등 폭을 보였고, 현재 약 2.1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주요 코인이 직전 급락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발 매수세가 최근 수주간 시장을 짓눌러 온 하방 모멘텀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유럽(Europe)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벨로의 비트코인 세션 차트에서 유럽 거래 시간대는 11월 24일 1.67%로 상승한 뒤 같은 날 늦게 3.31%까지 올라서는 등 일시적 회복을 보였으나, 11월 21일부터 이어진 주간 기준 마이너스 영역을 완전히 만회하지는 못했다. 주 후반으로 갈수록 수익률 곡선은 다시 평탄선 아래로 내려앉았고, 이는 유럽 시장의 매수 모멘텀이 여전히 약하며 과거와 같은 강한 매도 공세도 다소 누그러진 과도기 국면에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의 흐름은 훨씬 부정적이다. APAC 거래 세션을 나타내는 노란색 선은 11월 20일 무렵 소폭 플러스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곧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대부분의 주 동안 -5%에서 -7% 구간에 머물렀다. 외신은 이를 두고 “연중 내내 아시아 시간이 비트코인 매도 압력을 주도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규제 강화 움직임과 기관투자가들의 보수적 태도, 현지 투자자들의 변동성 피로감 등이 겹치면서 아시아발 매도 심리가 구조적으로 강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 분석가 테드 필로우즈(Ted Pillows)는 벨로 세션 차트를 인용하며 “미국이 비트코인의 순매수자로 재부상했고, 아시아는 여전히 매도 압력의 핵심 원천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발 매수세가 비트코인 가격을 떠받치면서, 가격 연동성이 높은 이더리움과 리플 XRP의 단기 회복 흐름도 함께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 코인 모두 미국 거래 시간대에 강세를 보이고, 아시아 시간대에는 매도 압력이 커지며 상승폭을 되돌리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외신들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 미국 투자자 순매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시간대의 강한 매수세가 단기 가격 회복을 이끌었다는 점은 온체인 데이터로 확인되지만, 글로벌 유동성 변화와 금리, 달러 강세·약세 등 거시경제 변수,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의 규제 정책 변화가 가격 구조에 미치는 장기 효과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리플 XRP의 14% 상승은 이전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가능성도 있고, 미국 내 리플 관련 소송 경과나 프로젝트 자체의 펀더멘털 변화 같은 개별 요인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아시아발 매도세 역시 단순한 투자 심리 악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China)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반복적인 규제 경고, 일부 거래소에 대한 감독 강화, 기관투자가의 참여 제한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 리스크 자산 회피 성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각국이 규제 명확성을 높이는 대신, 엄격한 신고 의무와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도입하면서 시장 참여자 구성이 바뀌고 있어, 단기 수급 지표만으로 향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계 측면에서도 변수는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방향과 인플레이션 지표, 주요국 성장률 전망 등이 위험자산 선호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의 주요 물가·고용 지표 발표나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당장은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거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회복 흐름을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타난 전형적인 단기 반등”으로 해석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XRP의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굳히기 위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규제 가시성이 높아지고, 기관투자가 중심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디지털자산에 우호적인 정책과 세제 정비, 현물 ETF 승인 확대와 같은 제도적 수요 창출 요인도 향후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미국 거래 시간대 매수세가 단기적으로 시장 하락 압력을 상쇄하고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아시아발 매도와 유럽의 혼조세가 상방을 제약하는 ‘줄다리기’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XRP 등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 흐름은 미국발 수요가 아시아 매도 물량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유럽 시장이 다시 매수 우위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각국 규제 환경과 거시경제 변수, 온체인 데이터가 교차하는 이번 회복 국면이 지속 가능한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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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x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