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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 넷플릭스보다 재밌단 설도 있다"…이재명, 생중계로 국정 투명성 강조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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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강과 국정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달아올랐다. 정부 업무보고 생중계를 두고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 찬반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정 투명성과 공직사회 개혁 의지를 재차 부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업무보고 생중계 방침에 대해 "국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 중심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으며 국민주권도 내실화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초로 생중계되는 업무보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언급하며 생중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새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예년과 같은 형태로 업무보고를 하면 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책을 투명하게 검증하면서 집단지성을 모아야만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 대상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의 기조는 그대로 이어졌다. 그는 "공직자는 국민으로부터 보수를 받으며 국민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상사가 아닌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민 앞에서 업무를 설명하고 평가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게 업무보고를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생중계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업무보고 생중계에 대한 국민 관심에 대해서는 다소 유머를 곁들인 표현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요즘 업무보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져 생중계 시청률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넷플릭스보다 더 재미있다는 설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국정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국정 과정을 국민이 직접 지켜보는 구조가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직접 언급했다. 최근 정치권과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생중계 업무보고가 과도한 기강 잡기나 망신 주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공직자에게 솔직한 보고와 정직한 태도를 당부하며 불신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하라. 모르는 데 아는 척 하는 게 진짜 문제이자 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곤란한 지경을 모면하고자 슬쩍 허위보고를 하거나 왜곡보고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생중계라는 형식이 공포심으로 이어져 왜곡된 보고를 낳아선 안 되며, 오히려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조직을 향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했다. 우선 사기진작과 처우 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 해법을 계속 연구해달라"고 각 부처에 요청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도,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제대로 평가받고 보상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성과에 대한 보상 원칙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특별한 헌신과 성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히며 "각 부처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파격적 포상이 이뤄지도록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국정 성과를 창출한 인재를 적극 발굴해 인사와 보수에서 실질적 보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부적격 공직자와 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부적격인 사람도 상당히 있다"고 운을 뗀 뒤 "고위직의 경우 능력이 없는데도 연줄로 버티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에 대한 감시나 징계, 문책이 너무 온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공직사회 내 온정주의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감사 기능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천사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각 부처의 자체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말하고, "우수 성과자는 포상하되 부패행위에 대한 징계는 엄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각 부처 감사 기능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고, 성과와 비위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을 명확히 분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업무보고 생중계와 공직 기강 발언을 둘러싸고 향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조치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권은 특정 부처와 공무원을 공개석상에서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실적 중심 평가와 징계 강화가 현장 행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로 성과 중심 문화 정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를 계기로 정부는 향후 다른 부처 업무보고에도 생중계 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 부처의 자체 감사기능 강화와 성과 중심 인사체계 설계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공직사회 의견을 수렴하며,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직 책임성을 함께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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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정부업무보고#국무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