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폭행 최고 수위”…상주 중학교 씨름 감독 제명→씨름계 충격과 각성

경기장에 울려 퍼진 씨름의 자세와 용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경북 상주 중학교 씨름부에서 2학년 선수를 상대로 벌어진 지도자의 폭행, 그리고 뒤늦게 드러난 진실은 씨름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선수와 가족의 상처, 협회 차원의 책임 있는 처분이 맞물리며 스포츠 현장의 신뢰와 안전을 돌아보게 했다.

대한씨름협회는 28일 경북 상주 중학교 씨름부 지도자 A씨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공식 발표했다. 씨름협회는 경북씨름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협회 규정상 가장 엄중한 처분인 제명을 확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로써 씨름계는 스포츠계 내에서 반복됐던 도를 넘는 지도자 폭력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었다.

이번 폭행 사건은 지난 6월 5일, 상주 중학교 씨름장 내부에서 발생했다. 지도자 A씨는 2학년 학생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히는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사건은 약 두 달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은폐됐다. 그러나 7월 28일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이를 발견한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폭력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곧바로 지도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사안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건 파문이 커지자 대한씨름협회는 14일 협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21일에는 구례전국여자천하장사 및 대학장사씨름대회에서 전 지도자 및 대회 임원을 대상으로 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도 진행했다. 대한씨름협회는 “그간 폭력·성폭력 예방을 위한 강습회와 온라인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교내 훈련장 내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씨름협회는 “학생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재정비하고, 씨름이 국민 모두가 사랑할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후속 조치로, 9월 3일에는 전국의 씨름부 지도자 전원을 대상으로 폭력 예방 특별교육과 씨름인 결의대회를, 그리고 9월 14일부터 열릴 삼척이사부장군배전국장사씨름대회 참가 지도자 대상 별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스포츠계 인권 의식의 전환과 안전한 훈련 환경 마련에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깊은 상처 너머 씨름계는 각성의 시간을 맞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권익을 지키고, 스포츠가 주는 힘과 위로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 속에서 씨름의 미래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