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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7호 초고해상도 위성 발사…우주청, 정밀지구관측 상용화 가속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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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광학관측기술이 우리나라 정밀 지구관측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7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향후 5년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 영상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기반이 마련됐다. 재난·재해 대응과 국토관리 같은 공공 임무부터 상업용 위치 기반 서비스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 한국형 우주경제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된다. 우주항공청과 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지구관측위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 구도에 본격 진입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초고해상도 광학관측위성 아리랑7호가 2일 새벽 프랑스령 기아나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발사는 한국시간 기준 오전 2시 21분께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 C 발사체를 통해 진행됐고, 약 44분 후 위성이 발사체에서 정상 분리됐다. 이후 약 1시간 9분 뒤 남극 트롤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하면서 위성 시스템의 초기 상태가 확인됐고, 발사체 업체를 통해 목표 궤도 안착도 검증됐다.

아리랑7호는 초고해상도 광학 관측센서를 탑재해 지표 상세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고해상도 광학관측위성은 빛을 이용해 지상 구조물과 지형을 촬영하고 이를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로, 해상도가 높을수록 도로·건물·인프라 같은 세부 정보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일 계열인 아리랑 시리즈를 통해 단계적으로 관측 성능을 높여 왔고, 7호는 이 축적된 설계·제어·영상처리 기술을 종합한 상위 플랫폼이라는 평가다. 우주항공청은 아리랑7호가 세계 최고 수준 품질의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국내 위성보다 향상된 정밀도와 영상 품질로 재난·재해 상황 판단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초고해상도 영상은 홍수, 산불, 산사태 등 발생 지역의 변화를 세밀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어, 현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해 범위 추정과 구조·복구 계획 수립에 활용도가 높다. 국토와 해양 관리 측면에서도 토지 이용 변화 모니터링, 불법 개발 감시, 해양 오염 탐지 등 다양한 공공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 행정 효율과 정책 결정의 정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아리랑7호는 궤도상시험과 초기운영 기간을 거쳐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지상 관측영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위성 자세 제어 성능과 센서 보정, 데이터 전송 체계 안정성을 검증하고, 이후 공공기관과 민간 수요처에 맞춘 영상 서비스 체계를 정비한다. 우주항공청은 5년가량 안정 운용을 목표로 하되, 상태가 양호할 경우 운용 수명을 추가로 연장해 중장기 영상 확보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초고해상도 상업 위성 영상 경쟁이 치열하다. 플래닛랩스, 맥사테크놀로지스 등은 초고해상도 광학위성을 대량 운영하며 국방, 보험, 농업, 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고부가 서비스 모델을 키우고 있다. 이번 아리랑7호 발사는 한국이 공공 중심 위성 운영에서 나아가 민간 상업 활용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 인프라로 축적되는 고정밀 영상 데이터는 향후 국내 우주 스타트업과 지리정보기업이 분석 서비스, 인공지능 기반 변화 탐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핵심 자원이 된다.

 

정책 측면에서 초고해상도 위성 데이터는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 산업 육성 간 균형 설정이 관건이다. 영상의 공간 해상도가 높을수록 군사적 활용도와 상업적 가치가 커지지만, 동시에 민감 정보 관리에 관한 규제가 중요해진다. 각국은 위성 영상의 공개 수준과 수출 규정을 세분화해 운용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데이터 개방 범위와 민간 활용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위성 데이터의 공공 우선 활용을 유지하되, 비식별 처리와 공간 해상도 조정을 통해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개방 정책이 논의될 수 있다.

 

연구개발 관점에서 아리랑7호의 성공은 장기적으로 정찰·통신·기상·환경 감시 등 다양한 위성군을 연계하는 한국형 우주 인프라 구축의 기반으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광학뿐 아니라 레이더, 적외선 센서와 융합한 다중 스펙트럼 관측과 인공지능 기반 자동 분석 기술이 결합되며 위성 운용 개념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 한 기의 성능 경쟁을 넘어, 다수 위성이 군집으로 운용되며 촬영 주기를 단축하고 실시간성에 가까운 관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다.

 

이상철 항우연 원장은 아리랑7호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구축해 온 정밀 지구관측 능력을 한 단계 고도화하는 위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재난 재해 감시와 국토관리 등에서 관측영상 정보 수집 능력이 향상되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지구관측위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 축적된 위성 개발 역량을 민간으로 확산해 우주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업계와 연구 현장에서는 아리랑7호를 출발점으로 한국형 지구관측 데이터 생태계가 구축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고성능 위성 자체보다,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서비스와 응용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우주경제 경쟁력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과 산업, 안보와 규제가 교차하는 위성 관측 분야에서, 데이터 개방 전략과 민간 참여 확대가 향후 성장 경로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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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7호#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