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은 자연스러운 변동성”…블랙록, 제도권 편입 속 시장 리스크도 상존
현지시각 기준 11월 30일, 브라질(Brazil)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브라질 사업개발 담당 임원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최근 나타난 자금 유출을 “시장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했다. 비트코인 ETF가 제도권 금융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이번 발언은 단기 변동성보다 기관 중심의 장기 자금 유입 흐름에 무게를 두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 브라질 사업개발 이사 크리스티아노 카스트로(Cristiano Castro)는 상파울루에서 현지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블랙록 비트코인 ETF 라인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상품군이 됐다”며 자사 상품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출시 당시에도 낙관적이었지만, 이 정도 수준의 성장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비트코인 ETF 수요 확대에 놀라움을 표했다.

블랙록은 약 1,400개가 넘는 ETF를 운용하며 총 13조 4,000억달러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카스트로 이사는 미국(USA)의 현물 비트코인 ETF ‘IBIT’와 브라질의 ‘IBIT39’를 포함한 블랙록 비트코인 ETF 전체에 대한 배분액이 “약 1,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의 성장은 제도권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본격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24년 1월 출시된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IBIT는 341일 만에 순자산 700억달러에 도달하며, ETF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이 임계치를 돌파한 상품으로 기록됐다. 시장조사업체 SoSoValue에 따르면 IBIT의 현재 순자산은 약 707억달러 규모로 집계된다. IBIT는 출시 첫해에만 520억달러가 넘는 순유입을 기록해, 지난 10년간 출시된 모든 ETF 가운데 최상위 순유입 실적을 달성했다.
IBIT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 이후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참여와 블랙록의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가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IBIT는 현재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2025년 10월 기준 연간 약 2억 4,500만달러의 거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록은 미국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비트코인 관련 ETF·연계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상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비트코인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관측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카스트로 이사는 우려를 경계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에 훨씬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ETF는 유동성이 높고 강력한 수단이며, 애초에 자금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자금 유출입은 ETF 메커니즘의 일부이며, 장기 자금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비트코인 ETF에서 발생하는 자금 유출을 구조적 위험으로 보기보다, 가격 조정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동성’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을 반영한다. 카스트로 이사가 강조한 대로 IBIT를 비롯한 비트코인 ETF는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며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해 왔다. 블랙록과 같은 거대 운용사가 공급한 유동성과 신뢰도는 비트코인 시장의 저변 확대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신과 시장 분석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이 같은 낙관론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ETF는 본질적으로 증권시장 인프라를 통해 언제든 매수·매도가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어, 단기 차익 실현과 레버리지 거래에 활용되기 쉽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는 “ETF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비트코인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급락 국면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새로운 변동성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규제 환경은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다. 미국 규제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유럽(EU)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사 상품 출시와 허용 범위 확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블랙록과 경쟁사들은 다양한 구조의 암호화폐 ETF와 인덱스 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단기적인 글로벌 유동성 변화나 규제 뉴스에 크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스트로 이사의 발언이 “기관 투자자의 장기 투자를 강조해 단기 가격 조정과 자금 유출에 따른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매크로 환경 변화, 정책 불확실성 등 ETF 외부 요인이 여전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특히 급격한 금리 변화나 규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ETF의 높은 유동성이 오히려 대규모 자금 유출입과 급격한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비트코인과 관련 ETF 시장의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글로벌 유동성 사이클,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방향 등 거시경제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블랙록과 같은 대형 운용사 주도의 ETF 시장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성숙도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단기 급등락 국면에서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공존한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이 앞으로 어떤 패턴을 보일지, 그리고 그 결과가 암호화폐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