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 이견 있지만 갈등 아니다"...대통령실, 대북정책 주도권 논란 진화
외교·안보 라인 이견 노출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긴장이 감지됐다. 통일부가 외교부 주도의 한미 외교당국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 것을 계기로 대북정책 주도권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외교부가 마련 중인 한미 외교당국 정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두 부처가 외교·대북 정책 주도권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 대변인은 통일부와 외교부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갈등 격화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강 대변인은 "통일부와 외교부가 조금 다른 의견을 낼지라도 이를 갈등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대화에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가운데 두 부처가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정책 방법론에서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노선 충돌이나 조직 간 경쟁으로 확대해석할 단계는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북·외교 현안을 두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여권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기류도 감지된다.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갈등을 부인했음에도,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의 조정 기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뒤따르는 이유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면 '자주파'와 '동맹파'가 충돌하고 있다거나, 통일부와 외교부의 노선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보도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흐름이 외교·안보 정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데 혹여 장애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 이견 노출이 시장과 국제사회에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조율 창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으로 읽힌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것은 통일부의 협의체 불참 결정이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미 외교당국이 조만간 가동할 정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필요할 경우 미국 측과 별도의 채널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부 주도 플랫폼보다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반영한 독자적인 소통 루트를 선호하겠다는 의미다.
통일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과거 한미 워킹그룹 논란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한미 양국이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 협력 사업 등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시킨 협의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별 관광 등 한국 정부의 대북 구상에 제약을 걸어 남북 관계 개선 속도를 늦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한미 워킹그룹은 논란 끝에 2021년 6월 폐지됐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만약 새 한미 협의체가 과거 한미 워킹그룹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제동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가 협의체에 거리를 두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외교부와 여권의 일부에서는 대북정책이 국제 제재 체계와 한미동맹 틀 안에서 조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미 간 전략 소통을 강화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남북 관계 자율성을 지키려는 시도가 교차하면서 정책 조합을 둘러싼 내부 논쟁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통일부와 외교부의 미묘한 온도 차가 조만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상임위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정부 내 대북정책 혼선을 지적하며 책임 소재를 따질 공산이 크고, 여당은 외교·안보 라인의 조율과 단일 대북 메시지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대통령실이 "갈등으로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양 부처에 대해 자율적인 방법 모색을 언급한 만큼, 향후 한미 협의체 구상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 전략을 둘러싼 정부 내 조정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다음 정기국회와 향후 외교·안보 관련 보고 과정에서 통일부와 외교부의 역할 분담과 조율 구조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