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무면허 미용시술 불법성 논란"…함익병, 방송인 사례로 경고

허준호 기자
입력

무면허에 가까운 미용·웰니스 시술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인플루언서 시장을 타고 확산되면서 의료법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회색지대 의료행위에 대한 경고가 커지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원장은 최근 방송인 박나래의 이른바 주사이모 논란을 계기로 “국내 면허가 없는 사람이 주사 시술과 약물 처치를 하는 순간, 어떤 경우든 불법 의료행위가 된다”고 못 박으며, K뷰티·안티에이징 산업 전반의 불법 시술 관행이 제도권 의료 시스템과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연예계 이슈를 넘어,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 반복돼 온 무면허 미용시술 구조를 손볼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함익병 원장은 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의 쟁점을 법적 기준으로 정리했다. 그는 “한국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주사를 놓거나 약을 다루는 일체의 행위는 외국 의사라 하더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자급 의학자라고 해도 국내에선 자문 정도만 할 수 있을 뿐, 직접 진료나 처방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행위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은 학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식 면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시술자의 자격 여부로 요약된다. 함 원장은 “논쟁의 본질은 시술을 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의료행위를 할 자격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에는 단순 주사나 수액 처치도 포함되고, 약사법상 전문의약품 취급은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 체계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미용 목적의 영양주사, 수액요법이라 해도 제도권 밖에서 이뤄질 경우 명백한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왕진과 가정 방문 진료를 둘러싼 오해도 짚었다. 함 원장은 “정상적인 왕진은 환자를 꾸준히 진료해 온 주치의가 필요성을 판단해 이뤄지는 행위”라며 “간호사가 대신 방문하더라도 의사의 구체적인 처방과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도 아닌 상황에서 자택이나 숙소, 차량 등으로 시술자를 불러 주사를 맞는 행위는 의료 시스템의 원칙상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동식 수액 시술, 숙소 방문 영양주사 등 관행이 제도권 의료 구조와 어긋난다는 취지다.

 

법적 책임 범위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함 원장은 “통상 무면허 시술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시술을 받은 사람이 같이 처벌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면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도 반복적으로 시술을 요구하거나, 이를 조직적으로 알선한 정황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하되, 고의적·상습적 공모가 확인될 경우 공동 책임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계 단체는 불법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약사법과 의료법을 동시에 위반한 중대한 사안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논란이 된 사례가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국내 자격이 없는 인물이 주사와 수액 처치를 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국민 건강을 해치고 제도권 의료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무면허 주사 시술을 방치할 경우, K뷰티와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정부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당국은 현재 사안이 수사기관에 의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만큼,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과 제도 개선안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 처벌과 함께, 유사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현장 점검 강화, 무면허 시술 신고체계 보완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방송인 박나래는 그동안 이른바 주사이모로 알려진 인물에게 오피스텔과 차량, 해외 촬영지 등에서 수액과 주사 시술을 받고, 처방전이 필요한 약물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기에 대해 소속사 측은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영양제를 투여받았을 뿐”이라며 불법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시술자가 실제로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었는지, 처치가 어떤 의료기관의 관리 아래 진행됐는지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주사이모로 지목된 인물 A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내몽고 지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병원에서 최연소 교수직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성형센터 유치 활동도 했다”고 말해 자신이 의료 전문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법 체계에서는 해외 의학 교육과 경력, 교수 타이틀과 무관하게 한국 보건당국이 부여한 면허가 없으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전문 인력의 글로벌 이동이 활발해지는 의료 산업 환경에서도, 각 국가별 면허와 인허가 체계를 우회할 수는 없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용의료 시장이 확대되면서, 앱 기반 수액 예약, 출장 주사 시술처럼 비의료기관 공간으로 의료행위가 확산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편의성과 수익성만 앞세운 서비스 모델이 무면허 시술과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합리적 규제 완화와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최소한의 면허 체계와 의료 안전 기준을 무너뜨리는 방식은 헬스케어 산업 전체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미용 시장과 헬스케어 산업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비제도권 시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향후 수사 결과와 정부의 행정 조치, 추가적인 법령 정비 방향에 따라, 회색지대로 남아 있던 무면허 미용시술 관행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지 주목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단발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헬스케어 서비스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함익병#박나래#대한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