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약국 뺑뺑이 우려 확산”…닥터나우, 도매업 논란에 정면 반박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둘러싼 의약품 도매업과 약국 쏠림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회사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특정 약국에 환자를 몰아주고 자사몰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유도해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약사단체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닥터나우는 서비스 구조와 데이터를 근거로 “상당 부분 오해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동시에 재고 정보 표시 방식 전면 재검토 등 일부 서비스는 손질하겠다고 밝히며 규제 논의의 향배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닥터나우는 9일 공개한 ‘약국 찾기 서비스 및 의약품 도매업 운영 관련 입장’에서 최근 제기된 리베이트 의혹과 대체조제 개입 주장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토종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운데 도매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대표 사례로 지목되며, 국회에서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 논의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먼저 닥터나우는 자사 도매몰에서 취급하는 품목의 급여 비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닥터나우가 공급하는 의약품의 80.7퍼센트는 급여 의약품”이라며 “공급가액이 큰 일부 비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왜곡일 뿐, 약국이 필요한 의약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급여 의약품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약사단체가 제기한 ‘비급여 위주의 도매 구조가 약국 뺑뺑이 해소라는 명분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수치로 반박한 셈이다.
약국 쏠림과 리베이트 논란의 핵심이 된 ‘재고 확실’ 표기와 약국 노출 방식에 대해서도 기술 구조를 들어 해명했다. 닥터나우는 “특정 약국을 광고하거나 우선 노출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의약품 재고 수량을 연동한 약국의 조제 이력을 바탕으로 재고확실을 표기한 것이며, 이는 약국에 대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환자의 약국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제당국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즉각 시정하겠다”고 덧붙여, 규제기관 해석에 따라 서비스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체조제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는 일선 약사의 자율 판단 구조를 강조했다. 닥터나우는 “대체조제는 환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전적으로 약사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며 닥터나우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동일 성분 내 복수의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에는 우선해 조제할 의약품을 약국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대표약 지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특정 제약사 품목을 지정해 밀어넣는 구조가 아니라, 약국 단위 재고와 선호 품목을 반영하는 기술적 인터페이스라는 주장이다.
앞서 경남약사회 등은 닥터나우가 플랫폼 내 재고 확실 배지를 미끼로 자사 도매몰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을 지도 상단에 노출하고, 투자 관계가 있는 제약사 품목 위주로 관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자사몰에서 취급하는 제품으로 대체조제를 유도해 처방 검토와 조제 수락 이전에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라며, 사실상 플랫폼 기반 리베이트에 가깝다고 주장해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데이터·알고리즘 설계가 오프라인 유통과 약국 선택에 구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과 규제의 접점이 쟁점으로 떠오른 대목이다.
닥터나우는 이런 비판에 대해 일부 서비스는 이미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의약품 패키지 판매 등 정부와 국회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은 즉각 수용해 개선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재고 정보 제공 방식을 대폭 손질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약국이 자체 보유한 의약품에 대해서도 재고 수량을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하고, 해당 정보를 신뢰도와 환자 안내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재고확실, 조제가능성 높음 등 재고 기반 안내 문구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서비스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알고리즘 설계와 인터페이스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 만큼, 정보 제공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은 형태로 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닥터나우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재고 정보 기반 약국 찾기 기능은 비대면 진료와 약 조제 과정에서 시간과 장소 제약을 줄였다는 평가도 있다. 사용자는 거주지 인근이 아니더라도 재고 보유 약국을 선택해 처방을 전송하고, 화상·전화 진료 이후 배송이나 픽업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닥터나우는 “국민 건강권 등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사업 모델을 탐색해 온 것”이라며 “의원과 약국을 종속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의료·유통 시장의 새로운 인프라로 보느냐, 기존 오프라인 구조를 왜곡하는 지배력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다.
정책 환경은 닥터나우 등 비대면 플랫폼 업체에 점차 엄격해지는 방향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자의 도매업 허가만 제한했던 조항을 비대면 중개 플랫폼까지 확장해, 특정 약국에 환자를 몰아줄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플랫폼의 데이터와 자본이 결합할 경우 유통 주도권이 소수 사업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직접적인 입법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과잉 규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대면 처방 자체는 금지하지 않지만, 중개 업체의 약품 도매사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하려는 점에서 이른바 타다금지법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허용해 온 사업 모델을 규제 중심으로 되돌리는 방식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격의료, 디지털 처방, 약 배송 플랫폼 간 결합 모델이 다양하게 실험되는 상황이라, 국내 규제가 경쟁력에 미칠 영향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와 의료계의 시각 차도 여전하다. 약사단체는 플랫폼 도매업과 재고 정보 연계가 약국 간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소규모 약국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재고·배송·진료를 데이터 기반으로 통합 관리하는 모델이야말로 이용자 편의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본다. 재고 정보가 충분히 개방되고, 알고리즘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오히려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이 의료·약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데이터 구조와 경제적 이해관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고 연동, 노출 순서, 추천 기준 등이 실제로 특정 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지, 환자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유통을 동시에 다루는 통합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서비스 혁신과 공정 경쟁 사이의 균형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닥터나우가 재고 정보 표기 폐지와 시스템 개방을 예고한 만큼, 향후 규제당국의 판단과 국회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사업 모델이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닥터나우를 둘러싼 논란이 단일 기업을 넘어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유통 구조를 어디까지 플랫폼에 맡길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술의 속도만이 아니라 공정 경쟁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제도 설계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다음 성장을 가를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