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도시철도 역무 시스템 빈틈”…대구 지하철 위생 사고 확산 우려

이도윤 기자
입력

도시철도 위생 사고가 대중교통 안전 인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대구 지하철 객실 좌석에 대변이 방치된 장면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면서, 역무 시스템의 감시 체계와 청소 프로세스, 그리고 이를 보완할 스마트 기술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대중교통 환경 관리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열차 내 CCTV, IoT 센서 기반 오염 감지, 로봇 청소 등 기술 융합형 위생 관리가 교통 인프라 운영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최근 논란은 한 이용자가 대구지하철 2호선 문양행 열차 안에서 촬영해 올린 사진에서 비롯됐다. 지난 6일 오후 8시 43분 경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는 임산부석 좌석과 바닥에 대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주변 좌석은 모두 비어 있었다. 작성자는 용변을 보는 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악취와 오염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게시글이 퍼지면서 도시철도 운영 기관의 현장 대응 속도와 객실 내 모니터링 절차가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여론도 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도시철도 객차가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위생 관리 기술의 부재가 이용객 안전 체감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드러냈다. 현재 대부분 국내 도시철도는 정류장·객실 CCTV와 승무원 순찰, 정기·수시 청소 인력을 중심으로 환경을 관리한다. 하지만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와 환승역 구간에서는 실시간 감시와 즉각적인 오염 감지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열차가 운행 중일 때 객실 내에서 벌어지는 이상 행위를 신속히 감지하려면 AI 기반 영상 분석, 이상 행동 감지 알고리즘 같은 정보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배치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 위생 관리 기술은 이미 여러 교통 인프라에서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공항과 일부 선진국 도시철도에서는 화장실이나 대합실에 암모니아 농도, 악취, 수분 상태를 감지하는 IoT 센서를 설치해 일정 수준 이상 수치가 올라가면 청소 인력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를 객실 내 바닥, 좌석 하부, 출입문 인근 등으로 확장하면 구토나 대변처럼 위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열차 운전 제어실과 역무실이 동시에 인지하고, 다음 역 정차 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AI 기반 CCTV 분석 기술을 접목하면 상황 인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최근 컴퓨터 비전 기술은 바닥 오염, 유체 누수, 쓰러짐 같은 패턴을 영상에서 자동 구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열차 내 CCTV에 이러한 분석 시스템을 적용하면, 사람이 일일이 화면을 모니터링하지 않아도 이상 상황이 감지될 때만 경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영상 저장 기간, 알고리즘 오탐지율 같은 규제·윤리 이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청소 자동화 기술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일부 해외 철도 운영사와 공항은 자율주행 청소 로봇을 활용해 심야 시간대 바닥과 좌석 하부를 반복적으로 청소한다. 국내에서도 대형 쇼핑몰, 병원,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로봇 청소가 확대되는 추세다. 도시철도 객차는 공간이 비좁고 승하차가 빈번해 상시 로봇 운행은 어렵지만, 종착역에서 대기하는 시간 동안 협소 공간용 소형 로봇을 투입하거나, 플랫폼 구간에 특화된 로봇을 운영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IT 기반 배차·운행 데이터와 연동해 승객이 많이 탑승한 시간대와 차량을 우선적으로 청소 대상으로 지정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특정 국적을 의심하는 반응도 나왔다.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이 위생 문제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연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기술적으로는 열차 내 CCTV, 출입문 센서, 승객 동선 데이터를 활용하면 행위자 추적과 사실 규명이 가능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과 감시 사회 논란에 부딪힐 수 있어 제도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교통 인프라 운영에서 위생과 안전은 점점 더 데이터·센서·AI 기술과 맞물려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도시철도와 버스에 공기질 센서, 미세먼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탑재하고, 오염 수치가 기준을 넘으면 환기 시스템을 자동 가동하거나 속도를 조정하는 시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역 폐쇄회로 영상과 고객 신고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시간대 특정 구간에서 위생 민원이 반복되면 인력과 청소 시간을 재배치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다만 예산과 운영 인력 부족, 그리고 시민 동의 절차 등 여러 제약으로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도시철도 환경 관리를 단순 청소 업무가 아닌, IT 인프라가 결합된 통합 안전 관리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통공학 연구자들은 열차 내 위생 사고가 반복되면 고객 불만과 신고가 급증하고, 장기적으로는 지하철 이용 회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사고 발생 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 감지와 신속 대응을 목표로 센서·AI·로봇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스마트 위생 관리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제 공공 교통망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구도시철도공사#대구지하철2호선#스마트위생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