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특화 딥테크 보험 실험”…현대차·기아, 리스크 관리 혁신→상용화 가속
현대차·기아가 현대해상과 손잡고 로봇 산업에 특화된 보험·금융 체계를 구축하는 행보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양사는 로보틱스 기반 보험·금융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로봇 전용 1호 상품인 딥테크종합보험 출시와 계약 체결을 예고하지 않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와 대형 손해보험사가 로봇 상용화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 분산 구조를 공동 설계하는 구도가 마련되면서, 차세대 모빌리티와 서비스 로봇 시장의 제도적 인프라가 한층 견고해지는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사는 로봇 특화 보험상품 설계를 위해 현대차·기아가 운영 중인 배송 로봇과 전기차 충전 로봇 실증 사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로봇 운행 패턴, 고장 빈도, 사고 유형 등 다양한 리스크를 분석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제공한 실제 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손해율과 담보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로봇 보험의 핵심 난제로 꼽히던 위험도 산정과 적정 보험료 책정 문제를 현실 데이터에 기반해 풀어가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로봇이 주행하는 실내외 환경, 사람과의 상호작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의 연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계량화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보험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언더라이팅 체계가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앞으로 자체 개발한 로봇을 직접 운영하거나 외부 고객에게 판매할 때, 로봇 전용 보험상품을 결합해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보험·금융 요소가 설계에 반영되면, 완성품 가격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 사고 발생 시 손실 범위까지 고려한 총소유비용 관리가 가능해져 기업 고객과 서비스 사업자의 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는 로봇을 도입하는 물류, 리테일, 충전 인프라 사업자들이 초기 투자비와 운영 리스크를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인프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로봇 운영 리스크 관리체계를 별도로 구축하고, 보험·금융 연계형 신상품 개발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손상, 대인·대물 배상 책임, 사이버 보안, 운영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 등 복합적인 위험을 포괄하는 구조를 검토하는 한편, 축적되는 운용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 할인이나 보상 범위 확대 등 인센티브 기반 상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보험사는 보다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역량을 요구받고, 제조사는 설계 단계에서 안전기준을 강화하도록 압박받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상무는 로봇 산업에 특화된 보험과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모델 정립을 통해 로봇 기술 상용화뿐 아니라 투자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 가능성만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어려운 로봇 산업의 특성상, 예측 가능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금융 지원 장치가 결합될 때 자본 유입 속도가 뚜렷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업계에서 나온다. 윤의영 현대해상 기업보험부문장은 보다 안전하고 인간 친화적인 로봇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제조와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보험 모델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로봇 특화 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자동차 산업에서 구축된 자율주행차 보험, 커넥티드카 데이터 보험 등과 맞물려 미래 모빌리티 전반의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로봇이 물류, 운송, 충전,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보험·금융 인프라가 선제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들의 실증 사업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