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화면해설·배리어프리 확대 시청 약자도 OTT 동반 진입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가 시청각 약자를 위한 접근성 기술을 플랫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화면해설과 배리어프리 자막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며 장애인도 OTT 환경에서 동시 시청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려는 움직임이다. 국내외 OTT가 콘텐츠 볼륨과 추천 알고리즘 경쟁에 집중해 온 것과 달리, 접근성 기능을 서비스 전략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에 이어 이용자 특성에 맞춘 ‘접근성 레벨링’이 차세대 OTT 경쟁의 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웨이브는 3일 화면해설 콘텐츠와 배리어프리 자막 콘텐츠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 화면해설방송 제작지원 사업과 연계해 주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에 화면해설 기능을 제공 중이다. 현재 서비스되는 작품은 피의 게임 시리즈,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약한 영웅 클래스1, 단죄, 국가수사본부 등이다. 연내에는 원 하이스쿨 히어로즈, S라인, 제4차 사랑혁명, 모범택시 등을 포함해 총 50편 이상 화면해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화면해설 방송은 시각장애인과 같이 영상의 시각 정보를 인지하기 어려운 시청자를 위해, 장면 전환과 인물 행동, 표정, 배경 변화를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접근성 기술이다. 영상 안의 핵심 정보를 음성으로 ‘메타 데이터화’해 제공하는 구조로, 스토리 흐름과 감정선 파악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 온라인 동시 시청 문화에의 참여 폭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웨이브는 청각장애인 등 음성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자막도 강화하고 있다. 대사뿐 아니라 효과음, 배경음악, 인물 감정 등을 문자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단순 자막을 넘어 청각 정보 전체를 텍스트로 재현하는 형태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얄미운 사랑 같은 최신작부터 태양의 후예, 커피프린스 1호점,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구작까지 3500편이 넘는 드라마를 한국어 해설 자막과 함께 제공 중이다. 장르와 연령층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카탈로그를 쌓아, 접근성 콘텐츠를 별도 코너가 아닌 기본 서비스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장르 다변화도 병행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목소리의 형태, 늑대아이 등 인기 애니메이션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젠틀맨, 용감한 시민, 심야식당2, 나는 보리, 빛나는 등 다양한 영화도 접근성 옵션을 추가해 서비스 중이다. 특정 시간대나 장르에 한정된 시범 제공이 아니라, 실사용이 빈번한 메인 카테고리 전반으로 접근성 기능을 확장하는 전략에 가깝다. 플랫폼 단에서 포맷을 정규화할 경우, 향후 신규 작품에 대한 화면해설·배리어프리 버전 동시 제작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요 OTT와 기기 제조사들이 자막과 음성 해설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며 접근성 경쟁을 본격화한 상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청각·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다문화 가구, 고령층을 위해 자막과 화면해설 활성화를 요구하는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지속 강화되고 있다. 국내 OTT 가운데 웨이브가 KOCCA 지원사업과 연계해 독자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한 점은,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장애친화형 플랫폼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정책·규제 측면에서 접근성은 방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여러 법령에 걸쳐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다. 공영 방송과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화면해설, 자막 체계가 OTT 영역까지 확산되는 구조로, 향후 온라인 플랫폼에도 유사한 의무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OTT는 편성표가 아닌 주문형 서비스인 만큼, 어떤 장르와 작품군부터 의무 적용할지에 대한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브는 이날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화면해설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볼 수 있는 별도 페이지를 구성해 홈 화면에 배치했다. 웹사이트와 앱 내 전용 큐레이션관과 검색 기능으로 화면해설, 배리어프리 자막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탐색 경험을 개선한 셈이다. 접근성 기능을 단순 부가 서비스가 아닌, 이용자 여정 전체에 결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경란 웨이브 프로그래밍 그룹장은 시청각 사각지대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화면해설과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단순 정보 전달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가 주는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나누는 매개체라고 정의하며, 앞으로도 장벽 없는 콘텐츠 환경을 위해 양질의 접근성 콘텐츠를 지속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이용자 선택 기준을 바꾸며, 접근성 구현 수준이 OTT 서비스 경쟁력의 또 다른 척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