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로 무엇을 했나"…김건희특검, 이영 전 장관·시계 사업가 동시 조준
김건희 여사의 고가시계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통령경호처의 로봇개 시범 도입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커지면서, 김 여사와의 연관성을 둘러싼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2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특검 사무실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조사는 이 전 장관이 특검에 출석한 첫 사례다. 특검 관계자는 소환 배경에 대해 대통령경호처 로봇개 사업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은 2022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대한민국 동행축제 전야제 행사에서 로봇개 2대를 발언대 옆에 배치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행사장에서 로봇개를 가리키며 "한국과 미국의 콜라보를 상징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2024년 총선 출마를 앞두고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는 로봇개가 책을 운반하는 장면을 연출해 다시 한 번 이 로봇개를 등장시켰다.
문제의 로봇개는 미국 업체 고스트 로보틱스 테크놀로지가 제작한 제품이다. 이 장비는 2022년 9월 대통령경호처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부정한 경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고스트 로보틱스 테크놀로지는 같은 해 5월 사업가 서성빈 씨가 운영하는 드론돔과 국내 총판 계약을 맺었고, 드론돔은 9월 대통령경호처와 약 1790만원 규모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중기부 행사와 출판기념회에서 로봇개를 적극 홍보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건희 여사 측에서 관련 부탁이나 요청이 있었는지, 로봇개 업체와 정부 부처, 대통령경호처 사이에 비공식 접촉이 오갔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로봇개 사업의 실질 당사자로 지목된 사업가 서성빈 씨도 같은 날 오전 특검 사무실에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서 씨는 지난 8월과 이달 17일에 이어 세 번째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여사에게 시가 50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선물한 당사자로, 경호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과의 맞교환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씨는 특검 출석길에 취재진과 만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5000만원어치 시계를 주고 1790만원짜리 계약을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청탁을 한 적도, 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당시에 김건희란 사람을 안 게 죄다. 그게 죄가 되면 죗값을 받아야지"라면서도 "그 외엔 10원 한 장 받은 게 없다. 1790만원도 고스트 로보틱스에 다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서 씨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시범운영 계약이 향후 본 계약과 국내 영업 확대를 염두에 둔 일종의 교두보였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특검은 서 씨가 로봇개 시범운영을 통해 대통령경호처와 신뢰 관계를 쌓은 뒤, 본격적인 납품과 영업으로 이어가려 했으나 당시 수의계약 절차를 문제 삼는 보도가 이어지자 사업을 중도 포기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서 씨는 문제의 시계를 판매가보다 낮은 3500만원에 구입해 김 여사에게 직접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업상 특혜를 기대하거나 얻은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특검은 시계 전달 시점과 로봇개 계약 추진 과정, 청와대 및 대통령경호처 관련 인사들과의 접촉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관련 업체와 대통령경호처 인사들로도 확장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1일 고스트 로보틱스 테크놀로지의 전 대표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로봇개 국내 유통 구조와 계약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또 전날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김성훈 전 대통령실 경호처 차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경호처가 드론돔과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한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야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내년 총선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가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로봇개 사업 의혹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이권 개입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감지된다.
민중기 특검팀은 향후 관련자 진술과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소환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경호처 계약 절차의 위법성 여부뿐 아니라 권력형 이권 개입 논란으로까지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회 차원의 추가 조사 필요성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