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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UPS 화재, 이설 공사 기준 미흡”…감리·입찰 구조 문제 부각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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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공사의 산업 안전관리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업체 선정과 계약 조건, 입찰 방식 등에서 배터리 이설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9월 26일, 5층 7-1 전산실에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해 촉발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작업 당시 UPS 본체의 주 전원은 차단한 반면, 내부 배터리 간 연결 전원은 차단되지 않아 잠재적인 합선 위험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한 배터리 잔량이 80%로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작업이 이뤄진 점도 추가됐다. 업계 안전 가이드라인상,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업 전 방전을 통해 30% 이하로 충전 용량을 낮춘 뒤 분리해야 하지만 해당 기준 준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감리 및 공사 참여 인력 역시 논란이 됐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공사와 감리계약에서 초급 기술자 다수가 투입돼 경험이 부족했다"며 "감리단장은 배터리 이설 경험을 내세웠으나 실제로 업무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감리업무 일지에는 충전량 확인, 전원 차단 등 핵심 안전 관련 기록이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입찰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업계 경험 많은 업체 선정을 위한 제한경쟁입찰이 아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일반경쟁입찰로 진행해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작업에 적합하지 않은 업체까지 참여한 점이 지적됐다.  

국내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 운영에서 2차 전지 기반 UPS 시스템 채용이 확대되면서, 유사 공정 안전기준 강화 및 인력 자격 요건 제도화가 산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 선진국의 경우, 배터리 유지·보수 작업자 교육, 감리 독립성 확보 등의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공공 IT시설 확장 국면에서 UPS 및 배터리 이설 공사의 안전 기준 고도화, 입찰 및 감리 시스템 개선이 필수"라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안이 배터리 기반 인프라 관리 체계 전반의 개선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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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리튬이온배터리#감리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