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과 골목의 온기”…관악구 캠퍼스 산책로와 미식 골목이 주는 느긋한 행복
요즘 관악구 캠퍼스 거리와 골목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먼 교외처럼 느껴지던 서울대와 그 주변이, 이제는 미식과 일상의 소소한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선선한 바람과 흐린 하늘 아래, 도시 속의 작은 쉼표를 찾아 걷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관악구에는 서울대학교라는 지성의 상징이 있다. 관악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이 광활한 캠퍼스는 울창한 나무와 현대적 건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자랑한다. 기자가 걸었을 때도 캠퍼스 곳곳에는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청년들, 그리고 자연 속을 천천히 거니는 동네 주민들이 섞여 있었다. 도심 속이면서도 특별히 차분한 이 분위기 자체가, ‘요즘 나에게 가장 가까운 여유’로 다가온다.

이런 변화는 골목의 풍경에서도 느낄 수 있다. 25년 넘게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쟝블랑제리 같은 베이커리,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유럽 감성을 더한 샤로수길의 스테이크하우스 로아, 교토의 오반자이 스타일 가정식이 인기인 킷사서울 등 개성 있는 미식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실제로 정오를 넘기면 이 골목은 ‘줄 서는 맛집’ 인증샷이 SNS에 쏟아질 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 친근하면서도 세련된 서비스, 합리적 가격과 신선한 메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설 수 있는 골목 풍경이 관악 특유의 ‘느긋한 활기’를 더한다.
전문가들은 관악구의 이런 변화를 ‘라이프스타일의 지형 변화’라 부른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동네 산책과 미식 탐방이 한데 어우러지는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서울대학교미술관처럼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화 공간도 골목 풍경을 새롭게 만든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인의 삶에 필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날씨 좋은 날이면 일부러 카페 가듯 캠퍼스를 걷는다”, “쟝블랑제리 빵은 꼭 사가게 된다”는 목소리, “혼자여도 붐비지 않고, 골목 골목이 기대된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변화한 캠퍼스와 골목은 더 이상 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각자의 속도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사소한 산책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길과 새로운 맛, 잠깐의 사색이 전하는 위로가 관악구의 매력을 만든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그 하루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 삶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